청소로봇이 아파트 단지 곳곳을 돌며 가을 낙엽을 쓸어 담는다. 택배를 실은 배송로봇은 공동현관을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앞까지 물건을 옮긴다. 이같이 배송·주차·청소로봇이 아파트를 누비는 모습이 조만간 현실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아파트 등 각종 건축물에 로봇을 도입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하면서다. 로봇 관련 기업이 개선을 요구해온 규제가 대거 풀리며 로봇 사업도 탄력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7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이동로봇의 안전한 이용 및 상용화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을 이달 초 대표 발의했다. 국토부가 마련한 법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하는 것으로, 건축법과 국토계획법, 공동주택관리법, 주차장법 등에 흩어진 이동로봇 관련 규제를 한꺼번에 손질하는 내용을 담았다. 야당에서도 관련 법안을 준비하는 만큼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도 일부 아파트에서는 배송·순찰로봇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건축, 입지, 주차장과 관련한 통일된 기준도 없어 로봇 도입 확산에 어려움이 컸다. 이에 관련 사업 근거를 마련하고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기업의 건의가 이어졌다. 국토부가 이 같은 건의를 수용해 설계한 특별법은 먼저 아파트의 로봇 도입 절차를 명확히 했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배송·보안·순찰·청소·충전·주차로봇을 도입할 수 있다.
배송로봇이 아파트 공동현관을 통과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신 시스템 연동 절차도 간소화·표준화한다. 지금은 아파트마다 문을 열거나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는 신호가 달라 로봇을 도입할 때 설비 업체와 별도로 협의한 뒤 시스템을 조정해야 한다.
주차로봇이 차량을 들어 옮기는 자동주차시설에는 일반 주차장보다 완화한 공간 기준을 적용한다. 주차구획의 크기와 통로 너비, 회전반경, 진입로 구조 등에 관한 별도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주차로봇을 활용하면 운전자가 차 문을 열거나 주차구역 사이를 이동할 필요가 없는 만큼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차량을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건축 규제도 완화한다. 로봇 대기·충전·정비시설과 자동화 배송시설은 일정 범위에서 건물의 용적률 산정용 바닥면적에서 제외한다. 로봇 시설을 설치한 면적만큼 주거·사무 공간을 줄일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정부 인증을 받은 ‘로봇 친화형 건축물’에는 용적률 상향, 지방세 감면 등 추가 혜택을 준다.
기업이 로봇 관련 규제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규제 신속확인제’도 도입한다. 기업이 개발한 로봇 기술에 어떤 규제가 적용되는지 문의하면 국토부가 30일 안에 답변해야 한다. 안전관리 체계도 마련한다. 이동로봇 운용자는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번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면 공포 1년 뒤 시행된다. 국토부는 특별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랩스, 우아한형제들 등 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아홉 차례 의견을 수렴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