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로 조성되는 미래대응기금 지출 사업의 95% 이상이 부처 요구 원안대로 반영되거나 추가·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예산처에서 받은 ‘2027년도 미래대응기금 예산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기금 간 전출 등을 제외한 순수 지출 사업 131건 중 125건은 부처 요구 원안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추가·증액 편성됐다.
이 가운데 119건은 부처 요구가 원안 그대로 반영됐다. 대표적으로 행정안전부 지방미래성장지원금(3조5000억원), 보건복지부 아동기본수당(2조9300억원), 농림축산식품부 농어촌기본소득(1조1700억원), 문화체육관광부 청년문화예술패스(7900억원) 등이 원안을 지켰다. 반도체 용수 사업을 위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한국수자원공사 출자(2500억원) 등 4건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추가로 반영됐고, 교육부의 산학연 협력 고도화 지원(5519억원) 등 2건은 요구안보다 증액됐다.
부처 요구안보다 감액 조정한 사업은 6건에 불과했다. 박 의원은 “한정적 재정을 관리하고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할 최후의 보루인 예산처가 오히려 나서서 방만 재정에 조력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미래대응기금 규모는 2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재정경제부는 오는 30일 발표할 2026년 국세수입 재추계에서 올해 초과 세수가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재원인 내년 추가 세수 162조3000억원에 올해 초과 세수 최소치 50조원만 더해도 212조3000억원이 된다. 다만 초과 세수 중 얼마를 미래대응기금으로 적립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박홍근 예산처 장관은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때 소위 ‘긴축의 악순환’을 학습했다”며 “우리는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극적 재정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재원이 확보되고 세입 기반이 탄탄해지면 그만큼 재투자할 수 있다. 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게 재정 운영의 정도”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