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펌 이직하니 월 3000만원…'무소불위 공정위' 단면 아닌지

입력 2026-09-27 16:47
수정 2026-09-28 00:22
최근 10년간 10대 로펌에 재취업한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직원이 86명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내 최대 김앤장으로 21명, 태평양(13명) 율촌(11명) 화우(10명)로 10명 이상이 옮겼다. 이직 후 보수는 월평균 3000만원을 오르내린다. 광장(3407만원) 세종(3127만원) 김앤장(3059만원)의 월 급여가 3000만원대다.

성실한 공직 수행으로 쌓은 전문지식을 사회에서 발휘하는 것을 무조건 비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역 때보다 세 배 넘게 수직 상승한 급여는 부적절한 전관예우라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현역 시절 축적한 내부정보와 재직 중인 공직자와의 인적 관계 등을 기업 이익을 변호하는 무기로 활용할 개연성이 적잖다. 실제로 공정위 직원이 기업·법무법인 관계자와 만난 뒤 보고하지 않은 사례가 5년 연속 적발됐다. 5년간 적발된 인원이 50명에 달했지만 국가공무원법상 징계를 받은 직원은 1명에 그쳤다.

공정위의 강력한 조사가 로펌행 급증을 가속화하는 ‘공생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제기된다. 주병기 공정위원장 체제 출범 후 강화된 엄벌 위주 행정이 기업과 로펌의 퇴직자 영입 수요를 자극한다는 비판이다. 올해(1~8월) 공정위 재취업자 5명 모두 대형 로펌행에 성공했다. 업무 공정성이 의심받는 순간 공정위는 존재 의미를 상실하는 만큼 엄격한 취업심사와 사후관리 실효성 제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공정위의 몸집 불리기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전 647명이던 정원이 1052명으로 400명 넘게 급증했다. 민생·고난도 사건을 전담할 중점조사기획단을 띄우고 경제분석기능도 국 단위로 확대한다. 무소불위 공정위가 시장의 창의와 자율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도 적잖다. 얼마 전에도 ‘쿠팡 현장조사 결정’과 ‘한화 자료제출명령’에 대해 법원이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공정위의 임무는 과징금 확대가 아니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임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