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국 기자단의 나비 넥타이 뒤에 숨은 의도

입력 2026-09-27 16:51
수정 2026-09-28 00:24
미·중 정상이 만난 지난 24일 미국 백악관 기자실은 평소보다 웅성였다. 오전 9시30분께 우르르 밀어닥친 중국 기자단으로 기자실이 꽉 찬 데 따른 것이다. 모두 남성으로 구성된 중국 기자단과 미국 기자단 사이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중국 기자에게 ‘만찬 때 중국 기업인이 오는지’ 등을 물어보는 미국 기자가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들의 다른 면모를 본 건 저녁 무렵이었다. 만찬 행사를 앞두고 다시 한 번 기자실에 모인 양국 기자들은 달라 보였다. 미국 기자들은 평상시 차림 그대로였던 반면 중국 기자들은 일제히 검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기자가 아니라 일종의 문화사절단으로 온 것처럼 보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미에서 중국은 ‘우호 증진’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기간 중국은 미국 내 반중 정서를 누르고 긍정적 여론을 이끌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23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면을 인민일보 광고로 채웠다. ‘차이나워치’라는 제목을 단 기사형 광고였다. 총 다섯 개 꼭지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강화가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등 노골적인 홍보 기사로 구성됐다.

시 주석이 환영사에서 미국 청년 10만 명을 중국에 초청하겠다고 밝힌 것,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에 ‘핑핑’과 ‘푸솽’ 등 판다 두 마리를 빌려주기로 한 것도 우정의 표시다. 신화통신 등 중국 국영 매체는 별도 페이지를 구성해 시 주석의 발언 등을 수시로 세계에 타전했다. 펑리위안 여사가 미국 어린이들이 부르는 중국 노래(말리화)를 들으며 웃고 따라 부르는 장면은 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시 주석을 특급 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존을 강조하는 시 주석의 태도만 보면 지난해 100%가 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다투던 양국 관계가 ‘데탕트(긴장 완화)’에 들어선 듯한 착각마저 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중국은 대만을 갖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았고 낮은 통화 가치와 보조금을 이용해 세계 무역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미·중 관계라는 거대한 배가 미래를 향해 안정적 항로로 나아갈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란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말고 이대로 잘 지내자는 얘기다.

중국 기자들의 나비넥타이는 우호 증진을 상징한다. 그런 메시지를 들고 온 손님을 박대하긴 어려운 노릇이다. 그러나 미·중 관계가 어설프게 봉합되는 것이야말로 중국이 원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