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를 닷새 앞두고 현직 검사가 "왜 법원은 망하지 않았고 검찰은 망했는지 알게 됐다"며 검찰 수뇌부를 겨냥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일을 두고, 검찰 수장은 법리에 따라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안미현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25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뉴스트라다무스'에 출연해 대법원장과 청와대의 재제청 갈등에 대해 "검찰 관련 얘기가 아니면 원래 잘 하지 않는다"면서도 "형사사법의 한 축인 법원과 관련된 공익적 문제라 간접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망하는 조직은 망하는 이유가 있고 안 망하는 데는 안 망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며 "검찰 수장이 지금 법원 수장처럼 법리 판단에 따라 본인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청와대와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했고, 청와대는 열흘 뒤 실질 협의 없는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재제청을 정당화할 구체적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으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의 발언은 대법원장이 정권과의 충돌을 감수하고 법적 근거를 앞세워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데 비해 검찰 수뇌부는 검찰청 폐지 과정에서 이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안 검사는 조직 개편을 이끌 지휘부의 공백도 문제 삼았다. 그는 "지금은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태"라며 "형사소송법이 개정이 아니라 거의 제정 수준으로 바뀌는데 그 역할을 해야 할 수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오랫동안 검찰총장 없이 진행된 건 처음"이라며 "대검 차장도 한동안 공석이어서 대대행 체제로 공소청 출범 준비를 해왔다"고 했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신설을 주도해 온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이 사직하면서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주무부처 장관 자리가 비게 된 상황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정현 대검 차장이 원포인트 인사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것과 관련해선 "인사는 조직이 어떻게 흘러가겠다는 시그널이자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 수장 자리를 장기간 비운 상태에서, 많은 사람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분으로 원포인트 인사가 났다"며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검찰에서 하겠다는 얘기 아니냐는 우려가 오해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소 취소에 대해서는 '밥상'에 빗대 비판했다. 안 검사는 "밥상을 차려 드시라고 했고 심지어 실컷 드시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걸 엎어버리는 것"이라며 "판단자가 판단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삼권분립 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사건에서도 공소 취소 대신 공소기각 판결을 요청했다며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는 범죄에서 공소 취소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현장의 인력난도 전했다. 안 검사는 "제 방에 500건대 사건이 쌓여 있는데 한 달에 200여 건을 처리해도 매달 200여 건이 들어와 벗어나지 못한다"며 "경력을 쌓은 검사들이 특검 등에 파견돼 일선엔 간부와 저연차 검사만 남았다"고 말했다. 수사가 빠졌으니 인력을 줄여도 된다는 여권 논리에 대해서는 "보완수사 요구로 기록이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다시 봐야 하는 일이 늘어날 뿐 업무가 주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중수청에 대해서는 "건물·시스템·인력이 준비되지 않아 '개문발차'도 아닌 '개문주차' 상태"라고 했다. 검사가 면담에서 확보한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개정 형사소송법을 두고는 "성범죄 피해자가 어렵게 꺼낸 진술을 경찰에 가서 다시 하라고 해야 한다"며 "앞으로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보다 수사권 유무를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민에게 "법조인들 사이에서 '절대 피해자가 되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며 "사법의 민영화 시대가 열리는 만큼 향후 변호사 비용에 대비해 적금이라도 하나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10월 2일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는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기소는 법무부 소속 공소청이 나눠 맡는다. 7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는 직접 수사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만 가능하다. 이 체계는 두 차례 입법으로 만들어졌다. 2025년 9월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이어 2026년 7월 31일 보완수사권까지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주도로 처리됐다. 형소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만에 강제 종결한 뒤 표결에 부쳤고,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재석 178명 중 175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입법 속도전은 여당 지도부와 법사위원이 주도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조문화 작업을 마무리했고,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보완수사를 '요구권'으로만 두는 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용민 의원은 법사위에서 보완수사권은 주지 않고 피해자 보호 제도를 보강하는 쪽으로 정해졌다며 폐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성윤 의원은 보완수사권뿐 아니라 검찰 직접 수사를 전제로 한 인력도 남겨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당론안에 들어간 전건송치 조항까지 문제 삼으며 국회에 '검찰개혁 완수 상황실'을 설치했다.
정 전 장관은 보완수사권 폐지로 범죄 피해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우려하며 "그 책임은 여당이 져야 한다"고 했다. 사의를 표명한 정 전 장관은 8월 24일 물러났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