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1살 초등학생 구리하라 유키가 아시안게임 e스포츠 뿌요뿌요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역대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됐다. 결승전을 앞두고 하품을 할 만큼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유키지만, 정식 종목 적절성 논란에는 즉답을 피했다.
26일 일본 아이치현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뿌요뿌요 챔피언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e스포츠를 스포츠의 영역으로 인정하지 않는 시선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이 종목 우승자인 구리하라는 "어려운 질문"이라며 "나는 패스하겠다"고 답했다.
2015년생인 구리하라는 이번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역대 최연소 메달리스트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당시 만 12세로 동메달을 딴 인도네시아의 니마스 붕가 친타가 갖고 있었다.
경기 뒤 구리하라는 우승 소감을 묻는 말에 "엄청 기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인생에서 2∼3번째 정도로 기쁘다"고 답했다.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는 올해 2월 파이널 대회와 리그전 우승을 꼽았다.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에도 표정 변화는 크지 않았다. 그는 "조금 쑥스러워서 기쁨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엄청 기뻤다"고 말했다. 결승 직전 하품을 한 데 대해서도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면서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런 구리하라가 종목의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해 눈길을 끌었다.
다른 메달리스트들은 e스포츠의 대중성과 경쟁성을 강조했다. 동메달리스트 궈쯔앙(대만)은 "스포츠냐 아니냐에 관해서는 개인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경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시안게임에 매우 적합한 종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성을 갖춘 게임이라면 전통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동메달리스트 타나락 웡키티쿤(태국)은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며 "게임은 기술을 겨루는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결승에서 구리하라에게 패해 은메달을 딴 강동신은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어떤 것이 완전히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스포츠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치러진 뒤 2022 항저우 대회부터 정식 메달 종목이 됐다. 다만 신체 활동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게임을 전통 스포츠와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반대 측은 e스포츠가 게임사가 개발하고 소유한 상업용 게임을 경기 플랫폼으로 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게임사의 판단에 따라 경기 규칙이 바뀌거나 게임 서비스가 종료될 수 있어, 경기 규칙과 운영 주체가 비교적 독립적인 기존 스포츠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반면 찬성 측은 체스와 바둑처럼 신체 활동보다 판단력·전략이 경쟁력의 핵심인 종목도 존재한다고 맞선다. e스포츠 선수 역시 순간 판단력과 반응 속도, 전략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경쟁한다는 주장이다. 바둑은 2010년 광저우,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열렸다.
올해 초 세계적인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이 체육훈장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받은 것도 e스포츠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체육훈장 청룡장은 고(故) 손기정과 박세리, 김연아, 손흥민 등이 받은 바 있다. 이상혁은 이번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에도 출전한다.
국내에서는 아시안게임 메달이 병역 특례와 체육연금 등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가 더욱 민감하게 진행되고 있다. e스포츠의 경쟁성과 대중성, 상업 게임 의존성, 국가대표 메달의 보상 범위까지 맞물린 만큼 정식 종목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