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오사카성서 中 전통복 입고 찰칵"…속내 알고 보니

입력 2026-09-26 14:57
수정 2026-09-26 15:18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관광 명소에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중국인 인플루언서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각국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규모로 확산하면서 문화적 오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자신을 ‘중국 문화 전파자’라고 소개한 한 중국인 남성 인플루언서가 중국 사극을 연상시키는 복장으로 일본 오사카성과 도톤보리 등을 찾은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오사카성을 배경으로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관광객들과 사진을 촬영했다.

영상이 확산되자 반응은 엇갈렸다. 중국 문화를 알리는 개인적인 활동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본을 대표하는 역사·관광 명소를 중국 전통문화 콘텐츠의 배경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별도의 설명 없이 영상과 사진이 확산될 경우 해당 장소의 역사적 배경과 중국 복식이 함께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포착됐다. 최근 서울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에서는 중국 전통 의상인 ‘한푸’를 입고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중국인 관광객과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했다. 중국 황제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남성이 광화문 월대를 걷는 모습도 공개됐다. 이들이 촬영한 콘텐츠는 웨이보와 샤오홍슈 등 중국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관광지에서 전통 의상을 입고 촬영하는 행위가 이전과는 다른 맥락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문화잡지 '월간 도시'의 장귀용 편집장은 중국에서 2000년대 이후 부각돼 온 '중화민족'이라는 개념과 젊은 세대의 문화적 자부심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장 편집장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중국의 전통문화와 문화유산 상당수가 훼손됐고, 이후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통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커졌다"며 "이 과정에서 한족뿐 아니라 여러 민족과 왕조의 역사를 하나의 중국사로 묶는 '중화민족'이라는 개념도 강하게 강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NS가 이 같은 현상을 더 가속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과거에는 개인이 여행지에서 사진 한 장을 찍는 것으로 끝났지만, 지금은 하나의 사진과 영상이 수십만, 수백만 명에게 노출되는 콘텐츠가 된다"며 "경복궁이나 오사카성처럼 각 나라의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중국 황제나 장군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는 단순한 관광 사진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