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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수립 후 78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진행되면서 농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기본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의 27%가 불법 임대차, 무단 휴경, 불법 전용 등 '위반 의심'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투기 농지는 처분하되, 상속농·고령농의 관행적 위반은 농지은행 위탁 등으로 정상화하겠다는 후속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농지의 소유와 이용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곧 세금 문제로 이어진다. 농지는 취득·보유·양도·상속의 모든 단계에서 일반 토지와 다른 과세특례를 적용받고, 그 특례 대부분이 '실제 경작'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농지에 대한 다양한 과세 특례는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법과 현실의 괴리, 제도의 허점 등으로 인해 논란도 적지 않다. 농지의 생애주기별 세금농지를 취득하는 경우, 매매, 증여, 상속 등 원인에 따라 각기 다른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매매로 농지를 취득하면 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를 포함하여 3.4%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2년 이상 자경한 농민이나 귀농인이 농지를 취득할 경우 취득세의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하지만 2년 이내에 경작하지 않거나 매각·전용하는 경우 등에는 감면세액이 추징된다(귀농인은 3년).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하면 2.56%의 세율이 적용되는데, 상속인이 자경농민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세율특례가 적용되어 취득세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상속인이 농지를 실제로 경작하지 않으면 감면된 세금이 추징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농지법상 농지와 지방세법상 농지의 범위가 달라 발생하는 실무적 문제도 있다. 농지법상 농지는 ‘지목을 불문하고 실제로 농작물 경작지 또는 다년생식물 재배지로 이용되는 토지’를 말하지만, 지방세법상 농지는 원칙적으로 공부상 지목을 기준으로 농지 여부를 판단한다. 즉 실제로 농지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공부상 지목이 임야나 잡종지라면 농지에 대한 취득세율이 적용되지 못하고 비농지와 같이 더 높은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농지를 보유하는 동안에는 매년 재산세가 부과된다. 실제 영농에 사용되는 농지는 0.07%의 낮은 분리과세 세율을 적용받으며(도시지역 내 농지는 개발제한구역·녹지지역에 있는 경우에만 분리과세), 이렇게 분리과세되는 농지는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농업인의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적 배려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취득세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다. 재산세는 원칙적으로 사실상 현황에 따라 과세하지만, 공부상 지목이 임야인 토지를 산지전용허가 없이 불법 경작하는 경우에는 공부상 현황에 따라 종합합산과세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 결과 높은 재산세가 부과되고 종합부동산세 부담까지 질 수 있다. 반면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지 않고 임대한 농지라도 실제 영농에만 사용되면 낮은 재산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는 영농 승계를 장려하기 위해 상속 및 증여 단계에서도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피상속인이 8년 이상 영농에 종사한 경우, 영농을 계속하는 상속인은 최대 30억원까지 ‘영농상속공제’를 받아 상속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며 3년 이상 직접 영농에 종사한 자경농민이 영농에 종사할 18세 이상 자녀에게 농지를 증여하는 경우 증여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5년간 1억원 한도, 농지 면적 4만㎡ 이하). 다만 자녀가 증여받은 날부터 5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농지를 양도하거나 영농에 종사하지 않으면 감면세액이 추징된다. 8년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
농지 세금 문제의 핵심은 양도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8년 이상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세 감면’은 실무상 분쟁이 많다. 조세특례제한법 제69조는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며 8년 이상 직접 경작한 농지를 양도할 경우, 양도세를 100% 감면(연간 1억 원, 5년간 2억 원 한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면을 받으려면 농지 소재지 시·군·구, 연접 시·군·구 또는 직선거리 30km 이내에 거주하면서 농작업에 상시 종사하거나 농작업의 2분의 1 이상을 자기 노동력으로 경작해야 하고, 사업소득금액과 총급여액의 합계가 3700만원 이상인 과세기간은 자경기간에서 빠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과세관청은 농지대장, 농자재 구입 영수증, 농산물 판매 내역 등 객관적 자료를 요구하며, 인우보증서나 사실확인서만으로는 감면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에만 농사를 지었거나 농작업 대부분을 위탁했다는 사정이 드러나면 자경 인정이 어렵다. 농지를 타인에게 임대한 기간도 자경기간에 들어가지 않는다. 감면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이 납세자에게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편 농지가 주거·상업·공업지역에 편입되면 편입일까지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해서만 감면되고, 편입 후 3년이 지나 양도하면 감면 자체가 배제될 수 있다. 상속받은 농지는 상속인이 1년 이상 경작하거나 상속개시일부터 3년 이내에 양도해야 피상속인의 경작기간을 합산할 수 있는데, 이 점도 간과되기 쉬운 사항이다. 종중(宗中) 소유 농지 문제종중은 농지법상 원칙적으로 농지를 취득할 수 없어 종원 명의로 등기해 둔 경우가 많다. 명의신탁된 종중 농지는 처분이나 보상, 명의수탁자 상속 과정에서 소유권 분쟁과 세금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양도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법인 아닌 사단인 종중은 농지 양도시 (법인세가 아닌) 양도세를 납부하게 된다.
종중 자체는 농작업에 종사할 수 없으므로, 종원이 실제로 경작했더라도 종중에는 8년 자경감면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종중이라도 국세기본법상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승인받았다면 양도세가 아닌 법인세 과세 체계가 적용되므로, 양도가 예정된 법인이라면 유불리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농지 전수조사는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 불법 임대차 등 위반 행위를 적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농지 제도 개선은 농지법만으로 완성될 수 없으며, 농지에 대한 세제 점검도 포함해야 한다. 우선 농지법, 지방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법률마다 다른 ‘농지’의 정의를 통일해 조세 행정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 또한 실무상 논란이 많은 ‘8년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농지 취득 및 보유 단계에서 실경작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더욱 강화해 농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안정적인 영농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농지는 식량 안보의 근간이자 국토 환경 보전의 핵심 자원이다.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농지 관련 세제가 ‘농사를 짓는 사람을 위한 제도’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점검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