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심사 파고드는 핀테크…2금융권과 잇달아 '동맹'

입력 2026-09-26 12:17
자산이 1억원인 사람과 1000만원인 사람 중 누가 더 대출을 잘 갚을까. 얼핏 답이 명확한 것 같지만 자산 1억원 중 9000만원 이상을 주식에 넣어둔 사람은 연체율이 높고, 자산을 1000만원만 갖고 있어도 500만원을 현금이나 저축성 예금으로 가진 중저신용자는 연체율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가 개인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카카오페이 머니송금·선물하기 등 비금융 데이터·마이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대안신용평가모형 ‘카카오페이 스코어’를 통해 분석한 결과다. 상환 능력을 볼 때는 자산이 얼마나 많은 지보단 자산 중 현금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핀테크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가 2금융권 대출 심사 과정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토스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에서 만든 신용점수 체계를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에서 잇달아 심사에 결합하면서다. 대출 비교 서비스로 판매 창구를 넓혀온 대형 핀테크 회사들이 심사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는 이달 인공지능(AI) 기술 금융사 PFCT와 손잡고 금융회사별 맞춤형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토스가 한국평가데이터와 만든 ‘토스스코어’를 PFCT의 심사 시스템에 실어 여러 금융회사에 공급하는 구조다. 앞서 지난달에는 우리금융저축은행이 토스의 개인사업자 평가 모형 ‘토스 소호스코어’를 심사에 결합한 대출 상품을 토스 앱에서 단독 판매하기 시작했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핀테크 점수를 심사에 쓴 첫 사례다.

한발 나아가 심사 업무 자체를 넘겨받은 사례도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지정대리인으로 지정돼 케이뱅크와 웰컴저축은행의 대출 신청자 신용도를 대신 평가할 수 있게 됐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네이버의 쇼핑몰 시스템인 스마트스토어의 방문자 수와 판매 금액이, 개인은 결제 실적과 같은 비금융 데이터가 심사 자료로 쓰인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 스코어’를 SBI저축은행 등 8곳에 공급하고 있다. 결제·송금 기록에 2200만명이 가입한 마이데이터를 결합한 점수다. 카드 발급 심사와 카드론 승인,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보증 심사에도 쓰인다. 연내 2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동맹 맺기’가 활발해진 한 요인은 규제 변화다. 2금융권의 활로가 중저신용자 대출로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2금융권의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증가분은 전액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빼기로 했다.

해당 고객층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기존 신용정보만으로는 심사가 어려운 씬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를 평가할 데이터·체계의 중요성이 커졌다. 대안신용평가 데이터를 가진 핀테크와 손잡을 이유가 커진 것이다. 핀테크 회사로서는 대출 비교에 이어 심사까지 영향력을 넓히는 셈이다.

2금융권은 회사들은 이를 통해 새 고객과 심사 역량을 얻게 됐지만 새로운 부담도 안게 됐다. 특정 핀테크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 있어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심사를 정교하게 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신용점수 체계 이용 조건이 어떻게 정해질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