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예방" 정부 인증 받았는데…열곳 중 한곳서 '산재'

입력 2026-09-23 21:24
수정 2026-09-23 21:42

이철규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부로부터 ‘위험성평가 인정’을 받은 사업장에서 사고 산업재해(산재)가 발생한 사례가 최근 5년 새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재해율도 인정을 받지 않은 일반 사업장과 큰 차이가 없다. 위험성평가 인정제도의 실효성과 사후관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험성평가 인정 이후 사고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2021년 986개소에서 지난해 1422개소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 1만4109개소 가운데 약 10%에서 사고재해가 발생한 셈이다.

위험성 평가 인정은 사업장이 스스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내 개선하는 등 산업재해 예방 활동을 펼치면 정부가 이를 심사해 인정하는 제도다. 자율적인 산재 예방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됐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업주의 산재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위험 요인 파악이 강조되면서중대재해 예방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일반 사업장과 사고재해율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의 사고재해율(100명당 사고재해를 입은 근로자 비율)은 0.45%로, 인정 대상인 100인 미만 전체 사업장 0.47%와 불과 0.02%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올해 6월 기준으로는 인정사업장의 사고재해율이 0.34%로 100인 미만 전체 사업장은 0.27% 보다 되레 0.07%포인트 높았다.

위험성평가 인정 이후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도 2021년 5개소에서 2022년 14개소, 2023년 5개소, 2024년 24개소, 지난해 14개소로 집계됐다.

이러다 보니 인정사업장의 인정 취소도 늘고 있다. 2021년 25개소였던 인정취소 사업장은 2022년 51개소, 2023년 43개소, 2024년 153개소, 지난해 132개소로 집계됐다. 한 산업안전업계 관계자는 “위험성 평가가 위험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가 터졌을 때 처벌을 면하기 위한 ‘사법적 방어 서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정사업장에 제공한 경제적 혜택은 적지 않았다. 산재예방요율제 적용 대상인 50인 미만 사업장은 인정에 따라 산재보험료율을 20% 인하받을 수 있다. 최근 5년간 산재예방요율제를 적용받은 인정사업장은 총 1만5927개소였으며, 이들 사업장에 대한 산재보험료 감면액은 769억5200만원에 달했다. 연간 감면액도 2021년 132억1500만원에서 지난해 204억9200만원으로 약 55% 증가했다.

이철규 의원은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에서조차 산재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법적 의무를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 현장의 위험을 충분히 줄이기 어렵다는 문제를 보여준다"라며 "사업주에 대한 과도하고 일률적인 규제·처벌이 아니라, 공동 안전관리 지원, 교육 지원 등 현장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향의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