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고스트 타운’이라 불릴 정도로 상권 공동화가 심했던 서울 여의도가 새로운 리테일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더현대 서울에 이어 퐁피두센터 한화까지 체류형 복합 공간이 연이어 들어서며 주요 상권 못지않은 집객 효과를 누리고 있다. 수족관 떠난 자리 채운 리테일 공간26일 퐁피두센터 한화를 운영하는 한화생명에 따르면 63빌딩에 퐁피두센터 한화가 들어선 이후 100일 만에 누적 방문객이 30만 명을 넘어섰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애초 아쿠아리움이 있던 63빌딩 별관을 전면 리모델링해 재탄생한 공간이다. 한화그룹은 2023년 3월 프랑스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와 한국 분관 설립을 위한 계약을 맺은 뒤 2024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 6개월간 공사를 거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을 조성했다.
미술관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이 같은 공간에서 식사와 쇼핑까지 연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짠 게 핵심이다. 전시 공간을 벗어나면 자연스럽게 커피와 소품을 파는 공간으로 발길이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게 배치한 곳은 한국인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일본의 ‘%아라비카 커피’ 매장이다. 익숙한 브랜드로 시선을 끈 뒤 루밍&헤이, 프레젠트모먼트 호호 등 흔하지 않은 감성을 담아낸 소품샵과 가구 매장 등을 여럿 배치했다.
프랑스 유명 디저트 브랜드인 피에르에르메 파리의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는 퐁피두센터 한화 못지않게 목적형 소비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일본판 캐치테이블로 불리는 타베로그에서 도쿄 라멘 부문 1위에 오른 라멘야 시마, 하와이 여행 필수 코스로 꼽히는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 등도 이 공간을 통해 한국에 처음 진출했다. 총 25개 매장으로 구성된 리테일 공간을 이용한 건수만 누적 15만 건에 달했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한화생명이 공간 기획 단계에서부터 평일 비즈니스 수요뿐 아니라 주말 리테일 수요까지 끌어들이겠다는 목적으로 디자인했다. 영국 런던의 템즈강 변에 위치한 미술관 ‘테이트 모던’을 모델로 삼았다. ‘팝업 성지’ 더현대 이은 대규모 집객 시설테이트 모던은 버려져 있던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갤러리로, 연간 약 7000만파운드의 경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간 설계를 자문한 CBRE코리아의 김용우 리테일 총괄 상무는 “문화 시설 자체의 집객력이 주변 소비와 투자로 파급될 수 있도록 방문객들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여의도가 오피스 밀집지가 아닌 상권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더현대 서울이 문을 연 2021년부터다. 더현대 서울은 명품보다는 팝업과 식음료(F&B)에 무게를 둬 1020세대 소비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 개장 첫해 100여 건(2~12월 기준)이던 팝업스토어 진행 건수는 2022년 210여 건, 2023년 440여 건, 2024년 480여 건, 2025년 660여 건으로 4년 새 6배 넘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330회 이상의 팝업이 더현대 서울에서 열렸다.
더현대 서울이 여의도역 인근 상권을 부활시켰다면, 퐁피두센터 한화는 한강 변까지 소비가 일어나는 물리적 공간을 확장했다는 평가다. 63빌딩 전망대(60층 스카이피크닉)에 올라 야경을 보고, 소품 샵에서 산 와인과 치즈를 들고 한강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등의 관광형 소비도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성 직장인 위주로 돌아가던 여의도 상권이 F&B와 쇼핑, 전시까지 아우르는 공간으로 진화하며 구매력이 높은 여성 소비자들까지 끌어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