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뉴욕 메트 달군 한국 바리톤 둘…유한승·김기훈 '라 보엠' 동반 출연

입력 2026-09-26 20:00

한국 성악가들이 세계 오페라 무대의 중심부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미국 오페라의 심장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라 보엠'에서 한국 바리톤 두 명이 나란히 무대에 섰다.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2026~2027시즌 첫 ‘라 보엠’에서 각각 화가 마르첼로와 음악가 쇼나르로 출연한 유한승과 김기훈이다. 파리의 다락방을 함께 쓰는 네 명의 젊은 예술가 가운데 절반을 한국 성악가가 맡은 셈이다.

현지시간 25일 뉴욕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열린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에 유한승과 김기훈이 동반 출연했다. 두 사람은 이날을 시작으로 오는 27일과 10월 1·3·7·10·16일에도 같은 배역으로 함께 무대에 올랐다. 메트가 공개한 캐스팅에 따르면 이 기간 미미는 율리아나 그리고리안, 로돌포는 프레디 디 토마소, 무제타는 로사 페올라가 맡는다. 라몬 테바르가 지휘했다.











'라 보엠'은 가난하지만 예술과 사랑을 좇아 살아가는 파리의 젊은이들을 그린 푸치니의 대표작이다. 시인 로돌포와 화가 마르첼로, 음악가 쇼나르, 철학자 콜리네가 한 다락방에서 생활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공연은 1981년 초연된 프랑코 제피렐리의 프로덕션으로, 40년 넘게 메트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극장의 대표적인 장수 프로덕션이다.



주목할 점은 두 성악가가 메트 데뷔 이후 다시 초청을 받았다는 점이다. 유한승은 지난해 9월 메트 '투란도트'의 핑 역으로 이 극장에 데뷔했다. 당시 미국 오페라 전문매체 파테르박스는 세 대신 핑·팡·퐁 가운데 유한승을 특히 주목하며 빛나는 음색과 유려한 포르타멘토(음과 음 사이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연결하는 창법)를 호평했다. 뉴욕클래시컬리뷰도 세 명의 가수가 2막의 서정적인 음악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바리톤 김기훈에게 쇼나르는 이미 익숙한 배역이다. 그는 2024년 11월 이 역할로 메트에 데뷔했다. 당시 바흐트랙은 그의 소리를 윤기가 도는 음색과 아름다운 레가토를 지닌 바리톤이라고 평가하며 더 큰 배역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오페라와이어 역시 풍성하고 울림이 큰 목소리와 활달한 무대 연기를 호평했다.

두 바리톤 모두 최근 활약이 대단하다. 유한승은 유럽에서도 굵직한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베르디 ‘리골레토’ 타이틀롤에 대체 투입됐다. 현지 비평매체는 그가 갑작스러운 투입에도 작품과 배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며 아름다운 음색과 안정적으로 이어지는 선율을 높이 평가했다.


김기훈은 2021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2019년 플라시도 도밍고가 창설한 오페랄리아에서 2위와 청중상을 받았고, 같은 해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도 2위에 올랐다.

김기훈은 세계 정상급 오페라극장과 오케스트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올해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에서는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한 베를린필하모닉의 바그너 '라인의 황금'에서 도너 역을 노래했다. 같은 페스티벌에서 페트렌코·베를린필과 말러 교향곡 8번 '천인'에도 출연했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독일 도이체오퍼 베를린, 미국 워싱턴내셔널오페라 등 세계 주요 극장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김기훈은 오는 11월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라 보엠'에도 출연을 앞두고 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