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전 직장 월급의 두 배를 벌었어요."
지난 22일 인스타그램 기반 운동인 소개팅 서비스 '다이렉트데이팅(dd)'을 운영하는 이창훈 대표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건축을 전공한 이 대표는 코드 한 줄 제대로 배워본 적 없다. 하지만 가입부터 매칭, 결제까지 서비스의 대부분을 인공지능(AI)과 함께 직접 만들었다. 바이브코딩 덕분이다. 그 결과, 서비스 출시 14주 만에 이용자는 1470명으로 늘었고, 유료 결제 비율은 59%에 달한다.
바이브코딩을 업무 효율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업'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개발자를 구하거나 수천만원의 외주비를 들이지 않고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식이다. 떠올린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의 초기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개발비 5000만원 부담”…AI와 6주 만에 서비스 만들었다
바이브코딩은 직접 코딩하는 대신 AI에 만들고 싶은 서비스나 기능을 말로 설명해 코드를 생성하고 수정하는 방식이다. 개발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관련 관심도 커졌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바이브코딩 검색량은 2025년 10월부터 급격히 늘어 올해 3월 100으로 정점을 찍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은 특정 기간 검색량이 가장 많은 날을 '100'으로 놓고 상대적 수치를 표시한다.
바이브코딩 확산 속에서 사업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이 대표 역시 바이브코딩이 없었다면 창업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창업 핵심은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개발자를 구하거나 다른 회사에 외주를 맡기면 금액으로 3000~5000만원, 출시 기간은 3~4개월 소요될 전망이었다. 잘 될지 모르는 아이디어에 투자하기엔 부담스러운 금액과 시간이었다.
시간과 금액 문제를 해결한 건 바이브코딩이었다. dd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월 32만원이다. 처음 이용자가 들어오기까지 3주, 결제까지 가능한 서비스로 완성하는 데는 6주가 걸렸다. 이 대표는 "월 운영비가 서울에서 개발자 한 명을 하루 쓰는 비용보다 적다"며 "남에게 맡겼을 때와 비교하면 99% 가까이 아꼈다. 고치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제가 고칠 수도 있다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비개발자만 쓰는 게 아니다…개발자도 바이브코딩 '창업'
바이브코딩의 변화는 비개발자에게만 나타나지 않았다. 개발 경험이 있는 창업자도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험하는 도구로 바이브코딩을 활용했다. 인터렉티브 웹 콘텐츠 사이트를 운영하는 개발자 출신의 정병준 언노운리얼리티아카이브 대표 역시 기존에는 프론트엔드·백엔드·데이터베이스 등을 직접 익히거나 개발자와 협업해야 했던 작업을 AI와 함께 구현하고 있다. 홈페이지 콘텐츠, 웹사이트 운영, 서버 개발 과정에서 정 대표가 직접 코드를 작성한 건 한 줄도 없었다.
그는 바이브코딩의 경쟁력을 속도와 실험 비용으로 꼽았다. 과거 몇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작업도 바이브코딩을 활용하면 3~4일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기능 하나를 시험하기 위해 외부 개발자를 섭외하거나 별도 개발 일정을 잡았다면, 현재는 클라이언트와 실시간에 가깝게 상의하며 기능을 수정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정 대표는 "바이브코딩을 활용하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바로 구현하면서 수정할 수 있어 기획과 개발 사이의 간격이 굉장히 짧아진다"며 "단순히 저렴하게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같은 시간과 비용 안에서 시험해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사업적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언노운리얼리티아카이브가 바이브코딩으로 구현하는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AR·XR 콘텐츠를 비롯해 인터랙티브 웹과 웹 기반 체험형 콘텐츠를 기업·브랜드·아티스트 등에 제공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컬러렌즈를 온라인에서 직접 차용해볼 수 있는 웹 기반 가상 착용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실제 제품을 웹에서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코드보다 아이디어"…바이브코딩 창업의 승부처
단, 바이브코딩을 기반으로 한 창업에도 한계는 있다. 이 대표와 정 대표 둘 다 서비스가 복잡해질수록 AI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AI가 생성한 코드의 오류를 직접 확인하고 수정해야 하는 데다 데이터베이스(DB), 서버, 보안, 트래픽 등 전문적인 기술 영역까지 AI에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전체 코딩 구조를 이해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직접 정리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코딩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 대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규칙을 만들었다. 그는 "AI가 짜준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쌓아두면 나중에 고치기가 더 어려워지는 '기술 부채'도 체감하고 있다"며 "지금은 몇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 AI가 짠 코드는 거의 전부 직접 리뷰하고, 모든 변경사항은 문서로 기록한다. 서비스 전체 아키텍처는 항상 머릿속에 그려둔다"고 했다.
결국 두 대표가 강조한 것은 바이브코딩 자체보다 무엇을 만들고, 얼마나 빠르게 검증하느냐였다. 정 대표는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코드를 얼마나 잘 작성하느냐보다 아이디어를 얼마나 빠르게 실제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검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AI는 비슷한 아이디어는 내도 기존에 없는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 결국엔 사람의 창의력이 중요하다"며 "결국 아이디어와 마케팅, 그리고 사업모델을 얼마나 잘 짰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