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대신 '느슨한 연대'?…민주당이 그리는 범진보 재편 [여의도는 지금]

입력 2026-09-26 06:00
수정 2026-09-26 07:41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합당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범진보 진영의 재편 방식을 놓고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혁신당과의 합당을 거론하면서도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 별도의 연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는 혁신당과 곧바로 합치기보다 여러 소수정당이 각자 당을 유지하면서 교섭단체와 선거 연대에서 협력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 대표는 지난 21일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를 만나 교섭단체 정족수 완화와 개헌 등 정치개혁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진보당과 사회민주당 지도부와도 만났다. 지난 18일에는 혁신당을 제외하고 진보당·사회민주당 인사들과 오찬을 한 뒤 “혁신당은 합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논의 대상이 다르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혁신당과 합당을 서두르기엔 민주당 지지층의 여론도 아직 유동적이다. 한겨레·한국정당학회가 에스티아이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의 52.3%가 양당 합당에 찬성했다. 혁신당 지지층의 찬성률은 74.3%였다. 전체 응답자에서는 반대가 41.9%로 찬성 33.8%보다 많았다.

합당 시기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2027년부터 2028년 총선 이전’ 응답이 가장 많았고 혁신당 지지층에서는 ‘2026년 연내’가 53.0%로 가장 높았다. 한국일보가 에스티아이에 의뢰한 별도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의 합당 반대가 41.1%로 찬성 32.7%보다 높게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당장 합당을 밀어붙이기보다 연대의 범위와 방식을 먼저 조율할 여지가 있다.

혁신당은 민주당이 합당과 연대 구상을 먼저 공개하는 데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신장식 혁신당 대표는 김 대표의 진보 연대 구상을 두고 “연대와 통합 공세를 통해 주도권 확보에만 몰두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혁신당은 당시 민주당과 정치개혁이나 연대·통합을 놓고 공식 또는 비공식 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양측의 셈법은 교섭단체 구성 요건에서도 갈린다. 김 대표는 현행 20석인 교섭단체 요건을 15석 정도로 낮추자고 했고 혁신당은 10석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12석인 혁신당은 10석으로 낮아지면 곧바로 독자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지만 15석이면 다른 소수정당과 연대해야 한다.

차이는 혁신당을 독자 원내 세력으로 인정할지, 다른 소수정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도록 할지에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교섭단체 문턱을 낮추더라도 혁신당 한 곳만 곧바로 교섭단체가 되는 방식보다는 여러 소수정당이 함께 원내 협상력을 확보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10석이면 혁신당이 혼자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지만 15석이면 다른 소수정당과 함께해야 한다”며 “김 대표가 말한 ‘맏형’ 역할도 합할 수 있는 정당끼리 연대하도록 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혁신당과 다른 소수정당의 이해도 달라진다. 혁신당은 10석으로 낮아지면 독자 교섭단체를 확보할 수 있지만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어느 쪽이든 다른 정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혁신당이 15석에 반발한 반면 이들 정당이 교섭단체 요건 완화 자체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이유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