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과 반등, 횡보의 3분기를 견딘 코스피지수가 23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7000선 굳히기에 들어갔다. 연이틀 ‘전강후약’ 흐름에도 바닥을 높이며 칠천피 방어에 성공한 것인데, 유가·금리 반락, 메타의 에이전트 '뮤즈'가 되살린 인공지능(AI) 낙관론에 미국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인 데 비하면 국내 투자자들의 입맛은 아직 쓰다.
'롤러코스피'와 '박스피'를 넘어 추석 연휴 뒤 확실한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증권가에서는 유가와 금리 안정세가 이어지고, 3분기 실적을 통해 기업들의 '이익 호황'을 재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외국인과 개인의 수급이 회복되고, 미국 중간선거 전후 투자심리가 안정되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할 변수다.
핵심은 유가 안정·기업 실적
첫 관문은 이란 전쟁에 흔들리는 국제 유가와 금리다. 유가가 다시 뛰어 미국과 전 세계 물가를 자극하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가 되살아나고, 기업 이익에 매기는 평가배수가 억눌려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 당장 이달 30일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10월 물가·고용 지표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 증권가에서 더 주목하는 것은 3분기 실적 시즌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1994년 이후 여섯 차례 미국 금리 인상기에 S&P500지수와 코스피는 각각 평균 7.5%, 9.1% 올랐다. 금리 방향보다 경기와 기업이익의 동반 개선 여부가 증시를 좌우했다는 뜻이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과 이란이 협의를 재개한 상황에서 유가와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지면 시장의 시선도 실적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횡보하는 주가와 달리 기업 펀더멘털은 더 좋아지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2일 기준 코스피200 종목의 향후 12개월 예상 영업이익은 한 달 새 1182조9000억원에서 1223조8000억원으로, 순이익은 941조1000억원에서 972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5배까지 낮아졌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아니라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주가를 누르는 국면”이었다고 진단한다.
UBS도 최근 코스피 목표 PER을 8배에서 7배로 낮추면서 12개월 지수 목표치를 8800에서 8000으로 낮췄다. "코스피의 이익은 여전히 크게 늘 것으로 본다"면서도 "금리와 유가, 환율 부담 때문에 그 이익에 높은 가격을 매기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3분기 실적이 예상을 웃돌고 이익 전망이 다시 상향된다면 이런 의구심도 걷힐 수 있다. 외인 돌아와야 박스권 탈출
기업 이익 체력에 대한 믿음이 되살아나려면 메모리와 반도체 사이클의 장기화가 확인되어야 한다. JP모건은 22일 "메타 뮤즈를 계기로 AI 메모리 수요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범용 디램으로 확산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18개월 목표주가를 각각 63만원, 304만원으로 제시했다.
단, 향후 실적 발표에서 장기공급계약(LTA) 세부 내용, 그리고 SK하이닉스의 추가 자사주 매입 가능성과 삼성전자의 배당 세부안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30일 미국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이 첫 검증대다. 메모리 가격과 수요에 대한 경영진 전망이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10월 둘째주에는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이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정식 실적 발표는 10월 하순이 유력하다.
수급 회복도 관건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올 들어 181조6000억원을 순매도했다. 9월에도 22일까지 12조6000억원을 팔아치웠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7월 말 이후 저점을 다지면서도 상단을 쉽게 돌파하지 못하는 것은 외국인의 순매도 지속 때문"이라며 외국인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되살아난 AI 낙관론과 기술주 수요가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수로까지 이어질지 여부가 핵심인 셈이다.
7000 위에서 '탈출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개인의 거래가 연휴 뒤 다시 활발해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국투자증권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석 전후 주가를 분석한 결과 연휴 뒤 5거래일 동안 코스피는 26번 가운데 19번 상승했다. 평균 상승률은 약 0.7%였다. 연휴 중 대외 불확실성을 피하려고 시장을 떠났던 개인 자금이 연휴 뒤 되돌아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마지막 변수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다. 선거 불확실성이 걷히고 기술주가 반등을 주도한다면 전 세계 ‘AI 반도체’의 중심인 한국 증시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기대된다. 정정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실적 추정치 상향 속도가 둔화되고 기대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면 주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할 여지가 커졌다"고 했다.
빈난새/전범진/오현아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