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전자담배인 줄 알았는데…"디스크 위험 천차만별"

입력 2026-09-23 12:10
수정 2026-09-23 12:13

일반담배를 계속 피운 사람보다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한 사람의 척추 디스크 질환 위험이 약 11% 낮았다는 대규모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액상형 전자담배로 바꾼 경우에는 일반담배를 지속 사용한 집단과 눈에 띄는 위험도 차이가 없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및 청구자료를 활용해 성인 326만5293명의 척추 디스크 질환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더 스파인 저널(The Spine Journal)’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대상자를 추적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담배의 위험성을 재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흡연자의 제품 전환과 금연 등 행동 변화에 따라 척추 디스크 질환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전국 단위 자료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일반담배 사용군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군,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군, 비흡연군을 구분해 척추 디스크 질환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특히 일반담배 흡연자가 이후에도 흡연을 이어갔는지, 전자담배로 전환했는지, 금연했는지에 따라 위험 변화를 살폈다.

한국은 전국민 건강보험과 국가 건강검진 체계를 통해 장기간 축적된 진료·검진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자료를 토대로 흡연 여부만이 아니라 담배 유형의 변화까지 대규모로 추적했다. 이처럼 흡연 형태의 변화와 질환 발생을 연결해 분석할 수 있는 국가는 현실적으로 한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연구 기반 자체도 주목할 만하다.
일반담배 계속 핀다면 디스크 위험 17% 높다분석 결과 일반담배 사용자의 척추 디스크 질환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17% 높았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흡연자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을 바꿨을 때 위험 수준이 달라졌는지를 비교했다.

전자담배 사용자는 일반담배 사용자보다 낮은 위험 수준을 보였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군과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군의 위험은 각각 비흡연자 대비 15.3%, 13.2%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일반담배 사용군의 17%보다 낮은 수치다.

전자담배가 안전하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비흡연자와 비교하면 두 전자담배 사용군 모두 척추 디스크 질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로의 전환은 위험 수준을 일부 낮출 가능성이 있지만, 비흡연 또는 금연 상태와 같은 수준으로 위험을 없앤다고 해석하긴 어렵다.
궐련형은 위험 낮췄지만, 액상형은 차이 없어일반담배 흡연자의 전환 경로별 결과는 더 분명했다. 일반담배를 계속 사용한 집단과 비교할 때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한 집단의 척추 디스크 질환 위험은 약 11% 낮았다. 일반담배의 지속적인 사용에서 벗어나는 변화가 디스크 질환 위험 감소와 연관됐다는 의미다.

반면 일반담배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전환한 집단은 일반담배 지속 사용군과 위험이 유사했다. 보정위험비(aHR)는 1.01로, 위험 감소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빈도가 높아질수록 척추 디스크 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같은 ‘전자담배 전환’이라도 제품 유형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자담배를 하나의 범주로 묶어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고 단정하기보다, 사용 제품과 이용 행태를 세분화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흡연자에게 ‘계속 일반담배를 피우는 것’과 ‘특정 전자담배로 전환하는 것’의 위험 차이를 보여주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전자담배 전환을 건강상 권고로 곧바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관찰연구인만큼 전자담배 전환자와 일반담배 지속 사용자의 연령, 기존 건강상태, 흡연량, 생활습관 등 모든 차이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연구에서 나타난 위험 감소가 제품 자체의 영향만을 뜻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전자담배 사용군 역시 비흡연자보다 높은 위험을 보였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담배의 위험성을 재확인하는 것을 넘어 일반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계속 흡연할 때, 궐련형 또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바꿀 때, 금연으로 돌아설 때 척추 건강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대규모 실제 진료 자료로 비교했다는 데 있다.

연구진의 분석은 일반담배 지속 사용이 디스크 예방에 가장 불리한 경로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전자담배 전환의 효과 또한 제품 유형별로 균일하지 않다는 점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흡연 관련 질환 예방의 최종 기준점은 전자담배 전환이 아니라 금연이어야 한다"며 "향후에는 금연 집단까지 포함한 장기 추적 분석을 통해 위험 감소 폭과 시점을 더 정교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