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엔연설 '막말'에 이란·쿠바 '발끈'해 퇴장

입력 2026-09-23 04: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정상과 외교관들이 현장에서 듣고 있는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과 쿠바 등을 향해 '불량배' 등의 단어를 쓰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전반부 상당 부분을 지난 6개월간 펼쳐진 대이란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그들은 중동의 불량배였지만 이제 더는 불량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군의 군사작전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어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란과 협상을 통해 재건의 기회를 주거나 이란을 '전멸'시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각국 대표단과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엔 총회서 이 같은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낸 것에 대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자 총회장에 앉아있던 이란 대표단은 항의 뜻으로 실무급 대표부 직원 한 명만 남겨둔 채 단체 퇴장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때 총회장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표현은 쿠바를 향해 "우리 행정부는 쿠바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쿠바는 완전히 실패한 국가"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전례 없이 무너지고 있고,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회장에 앉아있던 쿠바 대표단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도중 총회장을 빠져나갔다.

유엔에 대해서도 비판 수위를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이 선출된 적도 없는 글로벌리스트 관료들의 극좌(far-left) 의제를 주권 국가들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해서는 '통제 불능의 기관', '불량 기관'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엔총회장에서 언론을 향한 불만도 쏟아냈다. CNN 기자를 발견하고선 "CNN이 여기 와서 나를 취재하고 있다니 놀랍다"며 "당신들은 여기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자신에 대해 '가짜뉴스'를 보도한다는 이유로 CNN과 MS나우, 폴리티코 등 3개 매체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상태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선 공개 칭찬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 어린이들의 재결합을 돕는 활동을 해왔다고 소개한 뒤, 이날 유엔에서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함께 미래 육성하기'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멜라니아, 정말 고맙다"며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거듭 추켜세웠다.

뉴욕=황정수/워싱턴=이상은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