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대표적 논객인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검찰개혁에 대해 국민을 속였다”고 22일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포용과 통합 호소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내전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국정 지지율 하락세와 맞물려 차기 총선 공천과 대선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간 권력투쟁이 조기 점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작가는 이날 미디어오늘 유튜브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법무부 내에 수사 검찰과 기소 검찰을 둘로 나누는 것이 원래 최대치의 개혁 목표”라고 밝힌 대목을 꼬집었다. 유 작가는 “검찰개혁을 주장한 그 누구도 그것을 최대치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대통령이 사실이 아닌 말을 한 것이며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직격했다. 정부가 국무총리실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추진해 온 일련의 개혁 후퇴안이 결국 대통령 본인의 의지였음이 명료해졌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노선 충돌은 정책 뇌관을 넘어 당내 권력투쟁으로 번지고 있다. 검사 출신인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놓고 추미애 경기지사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명 철회를 공개 요구하자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김 대표는 이날 “(공개 비판을 계속하면) 야당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김 의원의 법사위 사보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추 지사가 이 문제를 2주 이상 물고 늘어지는 배경을 두고 김 대표와 차기 주자 자리를 놓고 주도권 경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에선 이 대통령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유 작가가 공세적으로 나선 것을 두고 진영 내 전쟁으로 치닫는 국면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의를 밝히는 등 정권 내부가 술렁였고, 이 위기감이 차기 총선 공천권과 당내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면전으로 옮겨붙고 있어서다.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갈등이 깊어지고, 이것이 다시 국정 동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굳어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장외 유튜버 충돌은 이 같은 주도권 싸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해 정청래 전 대표 체제부터 친명(친이재명) 대 친청(친정청래) 구도가 뚜렷해진 데다 신주류 성향 유튜버들이 구주류를 겨냥해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라는 멸칭을 쓰면서 감정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졌다. 구주류 측에선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도 이 같은 전통 지지층의 이탈을 지목했다.
유 작가는 지난 20일 김어준 씨 유튜브 채널에서 멸칭을 사용하는 일부 친명 지지층을 ‘신발 속 돌멩이’에 비유하며 배제를 주장했다. 이에 친명계 평론가인 강수영 변호사는 “내부를 찔러 피를 흘리게 하는 유 작가야말로 압정”이라고 맞불을 놨다. 여기에 친명 당원들의 ‘김어준 세무조사 청부’와 ‘유시민 책 불매운동’ 등을 주장하며 감정 대립은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두 친문(친문재인)이고 친노(친노무현)이며 친김대중이고 이재명의 동지들”이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이어 21일 미국 순방 출발 전에는 정청래 전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 건강 상황과 안부를 묻고 쾌유를 기원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유 작가는 “말 한마디로 수습할 국면은 일찍 지나갔다”며 냉소적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에게 패한 친청계 지지층과 친명 신주류인 ‘뉴이재명’ 세력 간 앙금이 전혀 봉합되지 못한 탓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올해 초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별세한 이후 진영 내 갈등을 조정할 어른마저 사라졌다”며 “지지층의 주도권 다툼과 개혁 노선 충돌이 얽히면서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만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구조적 분열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