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에 KTX 열차표 구하지 못한 분 많으시죠. 전 국민이 가족을 만나러 이동하는 명절인 만큼 한정된 좌석에 많은 수요가 몰린 점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암표상들의 싹쓸이 매집 행태입니다.
요즘 KTX 승차권 암표를 어떻게 거래하는지 아시나요. 옛날처럼 매표소 근처에서 낯선 사람이 슬쩍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대신 최근엔 당근마켓, 번개장터와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암표 거래가 많이 이뤄집니다. 암표상이 플랫폼에 구간별 승차권을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하면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돈과 모바일 티켓이 플랫폼을 통해 오가는 방식이죠.
모바일 티켓이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만큼 애당초 암표상들도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했겠죠. 대체 이들은 어떻게 온라인상에서 남들보다 빨리 승차권을 예약할 수 있었을까요. 요즘엔 기계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일반인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승차표를 선점하는 행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KTX·SRT 승차권을 대량으로 선점한 뒤 지난 1년 7개월 동안 약 4000장의 승차권을 중개 플랫폼에서 재판매한 암표상이 최근 적발됐습니다. 온라인 예매 시스템의 기술적 허점을 노린 암표상의 행태로 발생하는 피해가 큰 만큼 경찰청은 이달 31일까지 KTX 승차권의 암표 거래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죠.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암표 단속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코레일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직원이 직접 암표를 구매하는 당사자로 가장해 암표 판매자의 신원을 특정하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습니다.
코레일은 암표 거래 제보도 받습니다. 코레일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암표 제보방'에 들어가면 누구나 암표 거래 의심 사례를 제보할 수 있습니다. 제보한 내용이 실제 암표 거래로 확인되면 코레일은 제보자에게 열차 운임 50% 할인 쿠폰을 제공합니다. 코레일은 또 적발된 암표 판매자에 대해선 즉시 회원 탈퇴 조치를 취하고 경찰청 등 관계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