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투자 선구자로 불리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가 전남광주 신안에 3메가와트(MW) 규모 풍력 발전소를 인수했다. 트러스톤은 2030년 이 발전소의 발전 용량을 20MW 수준으로 확대하는 리파워링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재무적투자자(FI)가 주도하는 첫 번째 풍력 발전소 리파워링 사례가 될 전망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 ESG 신재생 펀드 2호'는 최근 동국S&C로부터 신안풍력발전 지분 100%를 인수했다. 신안풍력발전은 전남광주 신안에 3MW 규모 풍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법인이다. 여기서 생산한 전력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은 SK이노베이션 E&S에 판매된다. 전력을 최종 소비하는 건 넥센타이어 양산공장이다.
트러스톤은 이 발전소를 2030년 20MW 규모로 리파워링하기로 했다. 리파워링은 노후 발전소를 최신 고효율 장비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발전 규모까지 확대하는 작업이다. 국내 FI가 풍력 발전소의 리파워링을 추진하는 건 트러스톤이 처음이다.
트러스톤은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동하는 독립계 자산운용사다. 특히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선도하는 운용사로 꼽힌다. 트러스톤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투자하는 트러스톤 ESG 신재생 펀드 1호를 2023년 2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9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는 지난해 출범했다.
트러스톤이 1·2호 펀드를 활용해 지금까지 투자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규모는 445MW에 달한다. 1호 펀드는 목표 수익률의 약 두 배 가량을 초과 달성했다. 2호 펀드의 경우 일부 투자금을 회수한 자산은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러스톤은 규모를 키운 3호 펀드 조성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트러스톤은 펀드를 활용해 단순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성격의 투자를 하기보단 각종 인허가와 계통 확보, PPA 체결 등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책임지는 '개발형 투자'를 한다는 게 특징이다. 자산운용사임에도 금융 전문가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 경험이 있는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한전 부사장을 지낸 전력 전문가와 재생에너지 정책을 담당한 고위공무원도 최근 합류했다.
국내에서 트러스톤처럼 개발형 재생에너지 투자를 하는 FI는 드물다.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해외 FI들은 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SK그룹과 손잡고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 중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국내 FI들이 개발형 재생에너지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투자에 뛰어드는 토종 자본이 많아지면 국내 기자재 사용과 한국 설계·조달·시공(EPC) 업체의 프로젝트 참여가 늘어나는 등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