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입주자들이 자신의 생활공간만 집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문주와 조경, 외관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인식합니다."
안성구 ㈜한화 건설부문 디자인팀장(사진)은 최근 <한경닷컴>과 만나 최근 아파트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이 달라졌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모델하우스에서 확인하는 평면과 마감재뿐만 아니라 실제 입주한 뒤 매일 마주하는 조경과 외관, 커뮤니티 등 공용공간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수요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안 팀장은 분양 전과 입주 후 아파트를 평가하는 기준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분양 당시에는 모델하우스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평면과 마감재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입주 후에는 문주와 조경, 커뮤니티 같은 공용공간이 단지에 대한 평가와 생활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입주 후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하면, 조경이나 외부 공간에 대한 내용이 대다수"라며 "입주민이 단지를 평가할 때 문주와 조경, 커뮤니티와 같은 공용공간이 아파트의 평판을 만드는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건설부문이 올해 아파트 외부 공간 디자인을 잇달아 선보인 배경이다. 멀리서 바라본 단지 외관을 설계하는 '포레나 비스타'를 시작으로 문주에서 동 출입구까지 이어지는 '포레나 저니', 단지 진입부 조경인 '그랜드 플로우', 사계절 놀이공간 '넥스트플로우'를 개발했다.
그는 "이번 디자인은 한화포레나의 브랜드 철학인 '삶의 완성(Perfection of Life)'을 바탕으로 한다"며 "특별한 주거공간에서 누리는 생활의 여유와 세심한 배려, 사람과 공간의 연결을 통해 일상에 만족감을 더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각각 별개의 시설처럼 보이지만 단지 밖에서 집 앞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주거 경험으로 설계했다. 멀리서 ‘포레나 비스타’를 통해 단지의 첫인상을 접하고 문주를 지나 ‘포레나 저니’와 ‘그랜드 플로우’를 거쳐 세대로 들어가는 구조다. 여가시간에는 ‘넥스트플로우’ 등 조경시설을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한화포레나의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안 팀장은 "좋은 디자인은 드러나지 않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주부터 집 현관문까지 들어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색채나 직선과 곡선 같은 요소를 경험하도록 하는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추구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은 미적 완성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발주처와 입주 예정자의 요구부터 법규와 인허가, 공사비와 사업성까지 두루 충족해야 실제 아파트에 적용할 수 있다. 안 팀장은 건축 디자인을 예술과 산업의 경계에 있는 분야라고 정의했다.
안 팀장은 "디자인팀에서 아무리 좋은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건설산업의 여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며 "주변의 의견을 듣고 포기할 부분은 버리는 한편 필요한 부분은 설득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최근 개발한 상품 가운데서는 포레나 비스타와 넥스트플로우를 주목했다. 비스타는 멀리서 바라본 단지의 외관에 포레나만의 정체성을 담는 디자인이다. 단지를 바라보는 외부의 평가가 브랜드 가치와 입주민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넥스트플로우에는 폭염 등 달라진 기후환경에서도 아이들이 단지 안에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고민을 담았다. 안 팀장은 "요즘은 여름이 너무 더워 기존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기 어려운 날이 많다"며 "사계절 놀이터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넥스트플로우는 평소 미끄럼틀과 술래잡기 등을 즐기는 놀이시설로 사용하다가 여름이면 물놀이 시설로 전환된다. 놀이기구 내부에 급·배수시설을 설치해 놀이시설 자체가 작은 워터파크로 바뀌는 구조다.
그는 " 기존 물놀이 놀이터의 개념을 창의적으로 해석해 완성도 높게 구성했다"며 "봄과 가을에는 일반 놀이시설로 이용하고 여름에는 워터파크에서 볼 수 있는 물놀이 기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지 내 조경 수목은 놀이터 안쪽까지 배치해 자연 그늘을 확보했다. 수목 화단과 일체형으로 설계한 벤치는 놀이공간 가까이에 둬 부모가 자녀를 지켜보기 쉽게 했다. 물놀이 시설을 가동하지 않는 계절에는 오목한 구릉지와 입체적인 브릿지를 일반 놀이시설로 활용한다.
공동주택 시설은 설치 당시의 주목도만큼 입주 후 유지관리 편의성도 중요하다. 한화 건설부문은 관리비 부담으로 운영을 중단한 몇 개 단지의 사례를 넥스트플로우 설계 과정에서 참고했다.
안 팀장은 "넥스트플로우는 "기존 단지에서 수공간을 운영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입주민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구성했다"며 법정 수질관리 기준을 준수하고 부모가 자녀를 살펴볼 수 있는 휴게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공용공간 배치 시 여러 연령층이 자연스럽게 함께 이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장년층도 피트니스센터와 탁구장 등의 공용공간에서 함께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결과다
안 팀장은 "30년 전의 60∼70대와 현재의 60∼70대는 건강 상태와 생활방식이 다르다"며 "별도의 실버 전용 시설보다는 웰니스 시설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 규모와 여건에 따라 유산소운동 기구와 탁구장, 당구장, 코인 세탁기 등 공동시설 등을 도입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설계와 디자인, 시공과 현장 관리 등 전 과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공동주택뿐 아니라 서울역 북부역세권과 수서역세권, 잠실 마이스, 데이터센터와 아레나 등 다양한 복합개발사업을 수행하며 축적한 설계 역량도 한화포레나에 반영하고 있다.
안 팀장은 한화포레나의 강점으로 개별 사업장에 쏟는 집중도를 꼽았다. 그는 "설계와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아파트는 자동차나 휴대전화처럼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당장 사러 갈 수 있는 상품이 아니어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한화포레나 브랜드가 더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팀장은 2006년 한화건설 상품개발팀에 입사해 해외건축팀과 이라크 현장을 거쳤다. 포레나 공동주택을 비롯해 필리핀 아레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서울역 북부역세권과 수서역세권, 잠실 마이스 등 국내외 복합개발사업 설계에 참여했다. 2021년부터 디자인팀에서 한화포레나의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맡고 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