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인 한국가스공사의 소액주주 가치 보호가 한국석유공사와의 통합 과정에서 최우선 원칙이 돼야 합니다.”
홍의락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18일 대구 가스공사 본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통합(가칭 에너지자원공사)에 대해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 각 기관의 강점을 살리는 정밀한 기능 재설계가 핵심”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석유·가스公 시너지낼 것”정부는 지난 3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두 공기업의 통합을 공식화했다. 홍 사장의 발언은 2020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석유공사와 ‘단순 통합’을 서두르면 우량 상장사인 가스공사의 재무 상태마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통합의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국가 에너지 안보와 수급 안정’을 꼽으며 “석유공사가 오랜 기간 축적한 상류 탐사·개발(E&P) 역량과 가스공사의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을 융합해야만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반도체 클러스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발전용 LNG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홍 사장은 “대한민국의 산업 구조상 가스 발전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뒷받침하고 원전의 경직성을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력원은 LNG뿐”이라고 했다.
중요성이 커지는 것과 반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LNG 공급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는 일본 최대 발전사이자 세계 최대 LNG 바이어로 꼽히는 제라(JERA)를 벤치마킹해 글로벌 LNG 트레이딩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국제 시황에 맞춰 LNG 가격이 급등하면 국내로 향하던 LNG선을 가장 가까운 항구에 정박시켜 비싼 값에 팔거나, 국내 공급이 부족해지면 해외로 향하던 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트레이딩 전문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제라는 연간 수입량 4500만t 중 약 1000만t을 완충(버퍼) 물량으로 굴려 LNG 가격 변동에 대한 방어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 역시 싱가포르 법인인 코가스인터내셔널(KI) 등 전문 법인을 활용해 단순 구매를 넘어선 트레이딩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가스요금 현실화해야”해외 ‘지분 물량’도 더 공격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분 물량은 해외 자원 개발에 투자한 지분율만큼 처분권을 갖는 자원을 말한다. 가스공사는 모잠비크 후속 개발(해상 35만t·육상 190만t)과 캐나다 2단계 개발(70만t) 등을 통해 현재 연 106만t 규모인 지분 물량을 2030년까지 500만t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14조원에 달하는 민간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미수금은 국제 LNG 가격 상승분을 가스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을 회계상 향후 ‘요금으로 회수할 금액’으로 처리한 일종의 외상값이다. 그는 “미수금이 빚으로 간주되면서 연간 금융비용만 5000억원을 물고 있다”며 가스요금의 단계적 현실화(인상)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사장은 발전용 LNG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가스공사 중심 민관 공동구매 체제’를 제안했다. LNG를 직접 사오는 발전사들이 국제 가스 가격이 쌀 때만 직도입하고, 비쌀 때는 가스공사 의무 공급망에 의존하는 ‘체리피킹’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가스공사가 비싼 현물을 울며 겨자 먹기로 사 오면 전력도매가격(SMP)이 올라 결국 국민에게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가된다”며 “가스공사가 수요를 통합 관리하고 글로벌 구매력을 활용해 조달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면 민간 도입에 의존하다가 전력난을 겪고 공적 기구인 가스코(GasCo)를 신설한 싱가포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가스공사 사장에 취임한 홍 사장은 경북 봉화 출신으로 19·20대 국회의원과 대구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경제·산업 전문가다.
대구=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