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친구 밀어서 다치게 한 초등 1학년…대법 "학교폭력 아냐"

입력 2026-09-20 10:24
수정 2026-09-20 11:37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같은 반 학생을 다치게 했더라도 연령과 학생 간 관계, 발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3일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한 초등학생 A군이 지역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낸 학교폭력 재결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2023년 초등학교 1학년(만 7세) 같은 반 친구였던 B군은 방과후수업 시간 학교 다목적실에서 A군을 80㎝ 높이의 단상 아래로 밀어 다치게 했다.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이듬해 B군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며 서면사과 조치를 의결했고, 교육장은 서면사과 조치를 했다. B군 측은 조치를 취소해달라며 행정심판을 냈다.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가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다며 조치를 취소하는 재결을 했다. 다시 A군 측은 행정심판위원회 재결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군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고 재결을 취소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라면 그 높이에서 또래 아동을 밀면 떨어져 다칠 수 있다는 것과 그런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으리라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2심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만 7세에 불과했던 B군을 법에 따른 조치로 선도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정도에 이르렀거나, 학교폭력으로 의율해야 할 정도로의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런 2심 판단이 맞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그 행위가 학교폭력 정의에 문언상 부합하는지 여부뿐 아니라 행위의 경중, 발생 경위나 전후 사정, 피해·가해 학생의 연령이나 관계 등을 고려한 피해 학생의 보호 및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의 필요성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학생들은 성장하면서 인지·판단 능력이 크게 변하는 만큼 이런 능력이 어느 발달 단계에 이르렀는지도 선도·교육의 관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학교폭력예방법상 ‘신체·정신·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에 부합하는 듯한 행위를 모두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학교생활에서 발생하는 학생들 사이의 모든 갈등이나 분쟁이 학교폭력에 해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피해 학생의 보호 및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의 필요성이 거의 없는 경우까지 학교폭력 가해 학생으로서의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되는 등 자칫 가해 학생의 인권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