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면서 현지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공항 인근 석유탱크에서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항공편 결항·지연도 속출했다. 지난 7월 후티가 대사우디 공세를 강화한 뒤 리야드에 공습경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현지시간) BBC 방송·AF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민방위국은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리야드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리야드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당국은 이후 위험 상황이 종료됐다면서 경보를 해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 인근에서 화염과 검은 연기 기둥이 목격됐다.
공항 운영도 차질을 빚었다. 항공기 이동정보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는 항공편 결항과 지연이 이어지면서 운항 차질지수가 최고 수준인 5.0을 기록했다. 여러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장시간 지연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AFP통신은 공항 인근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연료탱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소방대원들이 아람코 로고가 표시된 연료탱크에 붙은 불을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도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야히야 사리 후티 군사대변인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드론을 동원해 사우디를 상대로 두 차례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사리 대변인은 "첫 번째 작전은 리야드의 민감시설을, 두 번째 작전은 얀부에 있는 아람코 시설을 겨냥했다"며 "사우디의 예멘 봉쇄가 끝날 때까지 사우디의 군사력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공격 주체를 포함해 이번 피격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후티의 공세는 최근 들어 한층 거세지고 있다. 예멘 서부 주요 거점인 모카항을 점령한 데 이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페림 섬까지 장악했다. 사우디 본토를 향한 공격도 확대하면서 이슬람 성지 메카와 제2 도시 제다에 이어 수도 리야드까지 공격 위협권에 들어왔다.
사우디 얀부의 아람코 석유시설과 카미스 무샤이트 공군기지를 겨냥한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도 이어졌다. 사우디 역시 예멘 타이즈주와 하자주 등의 후티 진지와 통신시설을 잇달아 공습했다. 사우디가 후티를 상대로 중국제 탄도미사일을 실전에 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후티는 지난 16일 예멘 마리브주 상공에서 사우디 F-15 전투기를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영상도 공개했다. 양측 충돌이 거세지면서 2022년 휴전 협정 이후 비교적 소강상태였던 예멘 내전이 다시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변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이날 "사우디에 일부 군사적 필요가 있을 수 있다"며 파키스탄과 체결한 3자 방위협정 틀에서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피단 장관은 "사우디가 미국-이란 전쟁에 휘말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교전 종식을 위한 제안들을 당사자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