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을 틈타 15조원이 넘는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을 담합한 의혹을 받는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전·현직 경영진 2명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지영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18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유신 OCI 대표이사, 장영수 전 PKC 대표이사 등 8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19일 새벽 2명에게 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배모씨와 황모씨에 대한 구속영장만 발부했다. 김 대표와 장 전 대표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들의 혐의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아 구속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지난 14일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현직 임원 6명과 전직 임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조사 결과 석유화학제품 가격 담합에 가담한 업체는 LG화학·한화솔루션·애경케미칼·OCI·롯데정밀화학·PKC·유니드 등 7개 사다.
검찰은 이들이 수년간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인상을 사전에 협의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원료 수급이 불안한 틈을 타 가격 인상을 사전에 협의하는 방식으로 수조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담합 규모는 15조원 이상이다. 지난 7월 검찰이 발표한 14조2000억원 상당의 정유사 유가 담합보다 큰 규모다.
이들 업체의 담합 의혹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검찰은 공정위 조사와 별개로 지난달 5일 이들 업체를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10일에는 김 대표와 장 전 대표 등 핵심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졌다.
이번 담합 품목은 폴리염화비닐(PVC),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총 8개 품목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프타를 주재료로 하는 PVC는 건축자재, 전선 피복 등에 쓰이는 합성 플라스틱이다. 가소제는 PVC를 부드럽게 만드는 화학첨가제다. 이른바 '양잿물'로 알려진 가성소다는 수산화나트륨으로 산업재를 제련하는 데 활용된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