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45·사진). 그는 한 가지 장르에만 머무르지 않는 작가다. 공포, 판타지, 범죄소설, 과학소설(SF)을 넘나들며 작품 세계를 넓혀 왔다. 2021년 로커스상과 영국환상문학상을 받은 그는 최근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그를 만나 작품관과 기술 발전을 보는 시선에 대해 들었다.
한국에서 그의 책 가운데 <멕시칸 고딕>과 <모로 박사의 딸>이 출간돼 있다. 모두 과거부터 이어온 문학적 유산을 재해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멕시칸 고딕>은 고딕소설(호러와 로맨스가 결합한 장르) 전통을 이어받았고, <모로 박사의 딸>은 H. G. 웰스의 19세기 SF소설 <모로 박사의 섬>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모레노-가르시아는 “고딕소설에서 여성은 수동적인 존재로 그려지지만 <멕시칸 고딕>에선 보다 능동적으로 묘사했다”고 강조했다.<br />
<모로 박사의 딸>에선 가부장제의 모순을 깨닫는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제시했고 반식민주의적 메시지를 강화했다. 모레노-가르시아는 “단지 오래된 것이라 해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래된 작품이나 전통을 다시 읽으면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작품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깊이 있게 질문한다. 인간과 동물의 특징을 함께 지닌 존재들을 통해 사회가 정상이라고 규정한 기준이 과연 타당한지 묻는 것이다. 그는 “이른바 ‘정상’에 속한 사람들에게 그들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서울국제작가축제 대담에 참여해서도 ‘다름’이 주는 공포감과 선택의 자유 등을 질문했다.
그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과학기술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는 등 과학과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최근 인공지능(AI)이 창작에 관여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AI의 창작에는 밑그림을 그리고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없다”며 “창작의 과정은 사라지고 결과물만 남는 모습은 예술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고 말했다.
AI 기술에 투입되는 자원에 대한 걱정도 크다. 그는 “단지 웃기고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양의 전기와 물, 자원이 소비되고 있다”며 “막대한 수자원 소비로 일부 사람들은 마실 물조차 구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 발전에 대해 논할 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깊이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기술에만 집중하고 사람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독자들에게 추가로 소개하고 싶은 작품으로는 최근 현지에서 선보인 <더 인트리그>(The Intrigue)를 꼽았다. 1940년 멕시코를 배경으로 여성들에게 접근해 돈을 가로채던 사기꾼이 더 큰 재산을 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소설이다. 그는 “한국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장르의 내 소설을 선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