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티'는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못생긴 상태, 혹은 촌스럽고 어설픈 형태를 뜻하는 Z세대 신조어입니다. 밤티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장원영'이라고 합니다. 가령 마음에 드는 신발을 발견하면 '장원영 신발', 흡족한 식사를 마쳤다면 '장원영 음식' 등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의외의 행운을 발견한 상황에서 "럭키비키잖아"라고 외치며 '긍정 마인드'를 전파하던 장원영이 그 자체로 '좋고 예쁜 것'을 뜻하는 표현으로 쓰이게 된 셈입니다.
이는 장원영에 대한 호감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의미합니다. 심지어 포털 사이트에서 '밤티 반대말'을 검색하면 '장원영'이 나올 정도입니다. 가수 비비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 당시 "'밤티'의 반대말은 장원영"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과거에도 스타의 이름이 유행어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편의점 도시락 모델로 나섰던 배우 김혜자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김혜자 도시락은 풍성한 메뉴 구성에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가성비가 좋다'는 의미로 '혜자스럽다'는 표현이 쓰였습니다. 이제는 장원영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입니다. 장원영, 국민 센터에 이어 국보급 모델로
2004년생인 장원영은 만14세 나이에 Mnet '프로듀스48'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민 센터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그룹 아이즈원 활동 후 본 소속사로 돌아와 아이브로 재데뷔할 때까지 '센터'로 활동했습니다. 그야말로 '국민 센터'였던 셈입니다.
기업들이 이런 장원영을 그냥 지나칠 리 없습니다. 장원영은 패션과 뷰티를 넘어 은행, 가전, 식품 등 서로 성격이 다른 업종에서 동시에 모델로 활동해 왔습니다. 아이지에이웍스가 2025년 5월 KT 전국 905만대 셋톱박스 광고 노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장원영은 출연 브랜드 수 1위에 올랐고 TV 광고 노출은 1달간 6억6000만회에 달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장원영이 등장한 브랜드는 아이더, 빙그레, 동화약품, 우리은행, 다이슨코리아 등을 포함해 6개였습니다.
한국디지털광고협회 교육자료에 소개된 TV 애드 인덱스 자료에서도 장원영이 등장한 아이더 신제품 3종 광고는 총 8억8000만회, 동화약품 광고는 3억7000만회, 다이슨 헤어기기 광고는 2억8000만회의 노출을 기록했습니다. '장원영 옷' 내놨더니 3일 만에 완판
광고계가 장원영에게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인기 아이돌이니까'라고 보기에는 모델로 쓰는 업종의 폭이 지나치게 넓습니다. 장원영을 통해 실제 판매량과 고객 수까지 움직인 사례가 누적되면서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장원영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패션입니다.
장원영은 2024년 9월부터 타미 진스의 앰버서더로 활동했습니다. 한섬에 따르면 장원영 발탁 이후 타미 진스 매출은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2024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고, 2025년 1~2월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29.3% 증가했습니다. 2024년 9월부터 2025년 2월까지 구매 고객 수 역시 직전 6개월보다 33% 늘었습니다.
장원영이 실제로 착용한 상품에서는 반응이 더 빨랐습니다. 광고 이미지에서 입었던 센터플래그 스웨터와 크레스트 링거 티셔츠는 출시 3일 만에 초도 물량이 모두 팔렸습니다. 물론 같은 기간의 매출 증가를 전부 모델 1사람의 효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신상품 구성과 판촉, 유통 환경 등 다른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모델 발탁 시점 이후 매출과 구매 고객이 함께 늘고 모델 착용 상품에서 품절이 발생했다는 점은 광고의 화제성이 실제 구매까지 연결됐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계약도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타미 진스는 올해 5월에도 장원영과 함께한 여름 캠페인을 공개했습니다. 유행이 빠른 패션 시장에서 한 시즌의 화제성을 노린 모델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렌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컬러렌즈 브랜드 하파크리스틴을 운영하는 피피비스튜디오스는 2022년 장원영을 모델로 기용했습니다. 하파크리스틴 브랜드 매출은 2020년 57억원에서 2021년 125억원, 2022년 199억원, 2023년 287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회사 전체 연결 매출은 2024년 490억원, 지난해 589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53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습니다.
특히 해외 사업의 성장 폭이 컸습니다. 하파크리스틴의 해외 매출은 2020년 17억원에서 2023년 251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장원영 모델 기용만으로 이 같은 성장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해외 유통망 확대와 K뷰티 성장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회사가 장원영을 전면에 내세운 뒤 '장원영 렌즈'라는 별칭이 생겼고 국내뿐 아니라 일본·중국 등 해외에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신제품마다 장원영 찾았다
기업들이 장원영에게 기대하는 효과가 판매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신제품을 빠르게 알리는 '확성기' 역할도 큽니다. 이 때문에 광고업계에서는 장원영을 기존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유형보다 새로운 상품과 이미지를 빠르게 퍼뜨리는 데 강점이 있는 모델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금융처럼 제품의 성격이 전혀 다른 업종도 장원영을 찾았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월 장원영을 신규 모델로 발탁했습니다. 기존 모델인 아이유, 김희애, 라이즈에 장원영을 추가해 연령별 소비자를 겨냥하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습니다.
회사가 당시 내세운 키워드는 '원영적 사고'와 '럭키비키'였습니다. 단순히 얼굴의 인지도를 빌리는 게 아니라 이미 소비자 사이에서 형성된 장원영의 긍정적 이미지를 은행 브랜드에 연결하려는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장원영의 모델 경쟁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올해 3월 벌어졌습니다. 장원영을 모델로 쓰던 아이더, 타미 진스, 어뮤즈, 데싱디바, 케라스타즈, 메디큐브 에이지알, 다이슨, 우리은행 등 여러 브랜드가 하나의 통합 광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겁니다.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동일 모델을 매개로 한 캠페인에 함께 등장하자 온라인에서는 여러 종목을 한데 묶은 금융상품에 빗대 '장원영 ETF'라는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연예인이 너무 많은 광고에 등장하면 브랜드 간 이미지가 겹치는 것은 광고주가 경계해야 할 요소입니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는 정반대로 '여러 브랜드의 모델이라는 사실' 자체가 광고 소재가 됐습니다. 이는 장원영이라는 인물이 개별 브랜드의 광고판을 넘어 하나의 소비문화 IP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예쁜 사람" 넘어 "좋은 것"이 된 장원영
스타 광고의 전통적인 공식은 연예인이 가진 유명세나 이미지를 상품에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운동선수의 건강한 이미지를 식품에 붙이거나 배우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명품에 연결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장원영을 둘러싼 최근 현상은 조금 다른 방향입니다.
특히 최근엔 "장원영이 준비된 자세로 촬영에 임해 예상 시간보다 빨리 퇴근할 수 있었다"는 일화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호감도가 높아지는 모습입니다. 단순히 '예쁜 사람'이 아니라 '매력적인 사람', '좋은 사람'으로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오히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장원영 효과가 얼마나 큰가'보다 이렇게 많은 기업이 동시에 한 얼굴을 사용할 때에도 각각의 브랜드가 자기 이미지를 남길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광고가 많아질수록 소비자가 장원영은 기억하면서 정작 어떤 상품 광고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장원영이 광고 업계에서 '특A급' 위치를 앞으로도 유지하리라는 것에 의심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1020세대가 따라 하고 싶은 이미지를 가진 데다 광고 노출량이 크고, 일부 패션·뷰티 브랜드에서는 실제 구매 지표까지 움직였습니다. 무엇보다 광고회사가 돈을 들여 만들기 어려운,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기업들이 탐내는 것은 어쩌면 장원영의 얼굴보다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소비자가 자동으로 떠올리는 이미지일지 모릅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