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동의 어려운 부분"…'대미투자주' 경고 나온 까닭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

입력 2026-09-20 13:00
수정 2026-09-20 13:11

최근 한미 양국이 합의한 대규모 대미 투자의 후속 사업으로 미국 내 원자력발전소 건설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국내 증시에서 관련주가 들썩였다. 증권가에선 이와 관련해 실질적인 수혜 여부를 따진 후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국내 증시에서 한전기술,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한전KPS 등 원전 관련주와 가온전선, 대한전선, 대원전선 등 전선주 등이 대미투자 기대와 실망감에 큰 폭의 주가 변동성을 나타냈다.

원전 관련주는 미 원전 건설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에, 전선 관련주는 미 대규모 전력망 사업 수주 전망에 따라 크게 등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정치권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지난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이날로 예정됐던 국회 보고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는 대미투자 협상 과정에서 대형 원전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사업 등과 관련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초 우리 정부는 지난 18일 2000억달러(약 272조원) 규모 대미 투자 1호 사업 양해각서(MOU) 서명과 프로젝트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대미 투자 1호 사업 발표가 연기된 핵심 배경으로는 원전 분야 이견이 꼽힌다. 한미는 미국에 건설할 대형 원전 8기 중 6기는 웨스팅하우스 모델인 AP1000, 2기는 한국이 개발한 APR1400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조율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가 한국형 APR1400의 자국 내 건설에 난색을 보이며 막판 협상에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투자 대상 사업뿐만 아니라 정부가 핵심 안전장치로 내세운 '우산형 투자특수목적법인'(I-SPV)의 운영 구조와 투자금 회수 및 배분 조건을 놓고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한국 측이 부담할 위험과 투자 원리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는지가 막판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종 협상 과정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둘러싸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실무진에서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제가 내용을 보니까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다시 또 얘기하는 중"이라며 "대한민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고 한미 양국에 도움이 되는 그런 내용으로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통상협상 당시) 다행히 우리가 원하는 대로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표현을 넣었다"며 "엄청 어려운 일이고 다른 나라에는 없는 표현"이라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 투자 협의가 시작되니까 이제 (상업적 합리성) 그게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며 "어떻게 (수익을) 회수할 거냐, 수익배분은 또 어떤 방법으로 할 거냐, 손해나 손실이 발생하는 사업은 어떻게 할 거냐…"라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한다. 법에도 그렇게 돼 있다"며 "상업적 합리성을 심사하게 돼 있다"고 말해 기존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원전 문제는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지분·의결권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한국은 체코 원전 수주 당시 맺은 불리한 계약 조건을 개선하고 향후 해외 원전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20% 안팎과 이사회 참여 등 실질적 의결권을 요구했다.

반면 미국은 의결권 없는 5∼10% 수준의 소수 지분 참여만 허용하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식 역시 막판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로서는 재처리 사업에 자금이 추가 투입될 경우 전체 대미 투자 규모가 지난해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2000억달러 투자 한도를 넘어설 수 있어 고심 중이라는 전언도 나온다.

한승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노형의 미국 건설이 포함될 경우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점에서 (원전 사업에) 유의미하다"며 "MOU에서 프로젝트별 추진 시점, 후속 일정 등이 담길 가능성은 낮지만 실행 로드맵까지 포함된다면 서프라이즈"라고 했다.

이어 "'최대 8기 건설 협력'과 실제 사업별 일정이 제시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단계"라며 "AP1000 프로젝트에서도 설계, 주기기, EPC 등 한국 기업의 역할이 어느 수준까지 명문화되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조정 시 비중 확대 기회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가 이뤄진다면 기대하지 못한 호재"라며 "단순 프레임워크(포괄적 틀)에 그친다면 단기 실망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