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기도 파주시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서 열린 신형 투싼 미디어데이 현장에는 특별한 초대 손님이 등장했다. 평소대로라면 사회자가 장내를 정리했을 텐데, 이날은 '글레오'가 미디어데이의 시작을 알렸다.
"글레오 긴장 안돼?"...AI와 사람의 대화 전면에글레오는 현대차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차량용 음성 인공지능(AI) 에이전트다. 올해 출시한 신형 그랜저부터 적용됐다. 현대차가 신형 자동차 공개 간담회에서 사람과 AI의 대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윤효준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전무)은 이날 신형 투싼 공개현장에서 글레오와 꽤 긴 대화를 이어갔다. 윤 전무가 "안녕, 글레오. 오늘은 새로운 투싼을 공개하는 날인데 긴장되지는 않니?"라고 묻자, "저는 AI라 긴장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또 "그래 이번에 출시하는 투싼 어떨 것 같아?"라고 하니, "투싼에 대해 이야기하면 밤을 새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어 "다들 기다리니, 다음 소개 부탁할게"라고 하자 "네 지금부터 여러분께 진보된 기술로 완성한 강인함, 디 올 뉴 투싼을 공개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글레오는 신형 투싼 미디어데이 발표가 모두 끝나자 "발표가 모두 마무리됐어요. 포토세션이 진행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장내 사회자가 하던 발화를 모두 AI인 글레오가 대신했다.
SDV 속도내는 현대차...시작점은 글레오AI글레오AI는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전략의 시작과도 같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발표하며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의 첫 결과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공개된 것이 글레오AI다. 이전 현대차그룹의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인 ccNC의 음성인식 기능은 정해진 범위 내에서 정확한 동작을 실행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글레오는 LLM 기술을 바탕으로 대화 맥락 등을 종합해 의도에 맞게 정확한 기능을 찾고 응답한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약 2000만 대에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쓰면 쓸수록 똑똑해지는' AI 특성상, 현대차는 지난 8월 '들어줘 글레오' 영상에서 글레오가 사투리와 일상적인 은어도 인식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코미디언 곽범은 영상에서 글레오에 "창문 닫고, 에어컨 4로 틀고, 엉차(통풍시트) 3단으로 틀어줘"라고 명령하자 미션을 동시에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곽범은 "이거는 정말 미쳤다. 수행을 3개나 해버리네"라며 놀랐다. 감탄사에 글레오는 "맞아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기술이야"라고 답했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첨단차플랫폼)본부장 겸 포티투닷(42dot)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5월 포티투닷이 글레오AI를 공개한 현장에서 "글레오 AI는 나의 수고를 덜어주는 이동 동반자로서, 앞으로 더 많은 기능을 자연스럽게 수행하고 맥락을 이해하도록 고도화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사용자 행동과 선호를 이해해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돕는 개인화 AI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파주=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