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공장 '로봇 전쟁'…도요타는 물량, 현대차는 고성능 [도쿄나우]

입력 2026-09-18 08:31
수정 2026-09-18 10:08


도요타와 현대자동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앞세워 미래 자동차 공장의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도요타가 자체 개발한 로봇을 40만대까지 대규모로 배치하는 ‘물량전’을 택했다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고성능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고도화하는 ‘기술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자체 개발한 공장용 휴머노이드 로봇 ‘엘리’ 40만대를 글로벌 생산 현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2028년 이후 연간 1조엔을 투입하는 공장 개보수와 재건축에 맞춰 도요타 본체가 15만대, 그룹사가 25만대를 투입한다.

엘리는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형태가 아니라 바퀴로 이동한다. 무게는 50kg이며 두 개의 손가락으로 부품을 집어 옮기거나 천을 접는 등 반복적이고 섬세한 작업을 수행한다. 도요타는 전 세계 60개 공장의 베테랑 작업자 1만8000명이 직접 동작을 가르쳐 로봇을 빠르게 실전에 투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작업자가 엘리의 손가락을 본뜬 지그를 착용한 채 평소 작업을 반복하면 로봇이 이를 학습한다. 엘리는 이렇게 익힌 작업을 바탕으로 스스로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기능도 갖췄다.

향후에는 한 공장에서 학습한 작업 데이터를 전 세계 공장의 로봇에 전송해 같은 작업을 빠르게 익히게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인간이 로봇을 가르치는 단계를 넘어 로봇이 신입 직원에게 작업을 교육하는 체제도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의 접근은 다르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는 두 발로 걷는 정통 휴머노이드다. 56개의 자유도를 갖추고 최대 50kg을 들어 올릴 수 있으며, 부품 배열부터 조립과 중량물 취급까지 복잡한 작업 수행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 아틀라스를 본격 투입하고 2029년 하반기 기아 조지아 공장, 이후 글로벌 공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16개 핵심 제조공정에 아틀라스를 적용한다. 2028년에는 부품 시퀀싱 등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부터 시작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 등 고난도 공정으로 확대한다. 미국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에서 실제 공장 환경을 재현해 로봇을 훈련시키고, 생산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생산 규모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도요타가 처음부터 40만대라는 대규모 배치 목표를 제시한 반면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로봇 연간 생산능력 3만대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성능을 검증하면서 공정별로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도요타는 복잡한 이족보행을 포기하는 대신 구조를 단순화해 생산현장에 빠르고 대량으로 확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자유롭게 이동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의 기술력을 끌어올린 뒤 적용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두 회사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비슷하다. 사람을 단순히 로봇으로 대체하는 공장이 아니라 로봇이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맡고, 사람이 로봇을 교육·감독하는 협업형 생산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자동차 생산 경쟁의 무대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을 넘어 ‘피지컬 AI’ 로봇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나카지마 히로키 도요타 부사장은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는 세계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