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EU와 동맹 긍정적"…트럼프와의 전쟁서 우군 얻어

입력 2026-09-17 21:47
수정 2026-09-17 22:38

캐나다를 준회원국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유럽연합(EU)의 제안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17일(현지시간) 이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캐나다가 실제 EU의 준회원국이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럼에도 캐나다는 적어도 트럼프와의 관세 전쟁에서 EU라는 우군을 얻게 됐다. 또 제조업과 국방,북극지역,에너지 분야의 협력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CNBC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이 날,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EU 의회회의에서 “캐나다와 유럽은 각각 강하며, 유럽과 캐나다가 함께 할 때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캐나다 의원들이 궁극적으로 동맹의 최종 구조에 대해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경제 통합이 이제 무기화되고 관세는 압력 행사에 사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카니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가 EU의 첫 준회원국이 될 경우 적대적 행위로 간주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끔찍한 무역 파트너”라고 부르며, EU가 캐나다의 준회원 가입을 강행할 경우 “유럽과 여러 품목 거래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악의적인 의도라면 유럽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16일 “EU는 캐나다와의 관계를 가능한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를 원한다”며 “캐나다가 EU의 준회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EU 조약에는 준회원국이라는 범주가 없어 이 같은 제도가 마련되려면 27개 회원국들의 동의와 비준이 필요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준회원국’ 자격은 유럽경제지역(EEA)에 속하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이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EU 단일 시장의 규칙을 준수해 EU와 무역을 하지만, EU 기관 운영이나 법률 제정에 관여할 권한은 없다. 대신, 관세나 기타 무역 장벽 없이 EU에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위원장인 베른트 랑게는 캐나다와의 관계 확대는 EU-스위스 모델과 유사할 수 있으며 정치적 참여는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가 완전한 투표권을 갖지는 않더라도 EU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양측은 제조업, 기술, 국방, 에너지, 북극 지역을 심층 협력 분야로 꼽고 있다. 카니 총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여행 자유와 교육 분야에서도 진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이미 EU의 유 1,500억 유로(약 238조원) 규모 국방 조달 대출 프로그램인 SAFE에 참여하는 유일한 비EU 국가이다.

무역은 양쪽이 이미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어 추가적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EU와 캐나다는 이미 자유무역협정(CETA)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2017년 잠정 발효 당시 모든 관세 품목의 99%를 철폐했고 EU에 캐나다 서비스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했다. CETA는 잠정 발효됐지만 아직도 10개 EU 회원국이 비준하지 않았다. 이들 국가는 향후 캐나다의 준회원국에 대한 표결에서도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EU는 회원국 자격 범주를 확대하는데 소극적이었다. 특히 올해 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우크라이나의 준회원국 자격 도입을 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을 때 그랬다.

그럼에도 캐나다로서는 트럼프와의 거친 관세 전쟁에서 EU라는 우군을 얻게 된다.

카니 총리는 연설 직후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와 EU간 동맹은 긍정적인 과정”이며 "이것이 미국 대통령에게 드리는 답변"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인들은 누구도 우리에게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누구도 우리 문화를 좌우하거나 누구와 국제적 협정을 맺어야 하는지를 말할 수 없다는 데 한마음으로 뭉쳐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것이 단지 더 나은 매너를 갖춘 강한 경쟁자가 되기 위해 제3의 블록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며 그 누구도 캐나다의 시장을 통제하거나 주권을 훼손하거나 영토 보전을 위협할 수 없도록 회복력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과 관련해서는 향후 캐나다 의회에서 여러 차례 토론과 표결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CETA에서 벗어나 공동의 번영과 경제 안보 공간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EU와 캐나다가 ”세계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본다”고 덧붙이며 인공지능(AI), 기후 변화, 지정학, 북극 안보와 같은 문제에 대해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