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재건축 앞두고 숲·미술관 펼쳤다…롯데건설의 승부수 [현장+]

입력 2026-09-18 06:30

지난 15일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 '르엘 라운지' 입구. 나무와 풀 사이로 굽이진 길이 이어졌다. 식물 사이에 배치한 화면에는 숲과 물가의 풍경이 펼쳐졌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밝은색 소파와 벽에 걸린 미술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대형 화면에서는 반 고흐와 모네의 작품을 재해석한 미디어아트가 흘렀다.

롯데건설이 목동 재건축 수주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내세운 것은 교육과 자연, 예술을 결합한 주거생활이다. 목동 주민에게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의 공간과 서비스를 미리 경험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숲길 지나 미디어아트…입주 이후 생활까지 제안
롯데건설은 다음달 1일 목동 동·서측에 라운지 두 곳을 동시에 연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인근 동측 공간은 '르에스트(L'est)'다. 신정동 학원가 인근 서측 공간은 '르웨스트(L'ouest)'로 이름 붙였다. 각각 프랑스어로 동쪽과 서쪽을 뜻한다.

두 곳으로 나눈 이유는 접근성이다. 목동신시가지 1~14단지는 넓은 지역에 걸쳐 있다. 주민이 가까운 곳에서 브랜드를 접하도록 공간을 배치했다. 조합원뿐 아니라 세입자를 포함한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할 계획이다.

라운지의 바탕이 된 주거 구상은 '소르본 프로젝트'다. 목동의 교육환경과 녹지에 프랑스 파리 라탱지구의 학문·예술·문화를 접목했다. 목동 파리공원에서 두 지역을 연결할 소재도 찾았다. 특정 대학과의 제휴나 향후 아파트의 정식 단지명을 뜻하지는 않는다.

권동혁 롯데건설 그룹장은 "목동은 교육의 도시이면서 동시에 숲의 도시"라면서 "목동의 교육과 숲에 파리의 지성과 예술을 더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제안에는 라이브러리와 북카페, 학습공간, 교육·돌봄 프로그램이 담겼다. 숲과 정원, 수경시설을 건축과 연결하는 설계도 추진한다. 미술 작품과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라운지에서는 이러한 방향을 먼저 보여준다. 명화 해설과 앙상블 연주를 결합한 '그림 읽어주는 베토벤' 등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주 1회 해설이 있는 콘서트도 계획했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세무·금융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질의응답에서는 입주 이후 운영 방식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롯데건설은 시설 설계와 문화 프로그램 운영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한 뒤에도 관리·운영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제안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의 호텔 서비스와 유통망,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 역량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권 그룹장은 "하이엔드 주거의 기준을 공간과 마감재에서 서비스와 운영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30조원 목동 수주전…2·7·11·14단지에 집중
롯데건설이 공략하는 목동신시가지는 기존 14개 단지, 2만6629가구 규모다. 회사는 전체 재건축 예상 공사비를 약 30조원으로 추산했다. 한 지역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이 이어지는 시장이다.

사업은 계획 수립을 넘어 시공사 선정 단계로 움직이고 있다. 목동 14개 단지는 지난해 정비구역 지정을 마쳤다. 지난 6월에는 목동6단지가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후속 단지를 둘러싼 건설사들의 수주 활동도 진행 중이다.

주민과 만나는 거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건설사들은 목동에 전용 라운지를 마련해 브랜드와 주거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롯데건설 역시 두 곳의 라운지를 주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건설이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곳은 2·7·11·14단지다. 사업성과 입지, 사업 추진 여건 등을 고려해 정했다. 다른 단지의 참여 가능성도 열어뒀다. 각 사업지의 일정과 경쟁 상황을 검토해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목동에서 수주하는 단지에는 르엘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소르본 프로젝트를 공통 방향으로 삼되 단지별 설계는 달리한다. 교통 여건과 주변 환경 등 개별 입지에 맞춰 외관과 공간을 구성한다. 해외 설계사와의 협업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단지별 설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공개한 주거 방향을 토대로 개별 사업지에 맞는 제안서를 준비하는 단계다. 호텔·유통·문화 계열사와의 협력 역시 향후 제안에 담을 내용으로 논의하고 있다. 금융 조건도 수주 전략의 하나로 제시했다. 조합원의 금융비용 부담을 고려해 경쟁력 있는 조건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세부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경쟁 입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목동에 있는 모든 단지가 다 중요하다"며 "어느 단지를 특정하기보다는 모든 단지를 열심히 해서 수주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