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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디올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프랑스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뷰티업체 로레알그룹에 내줬다. LVMH는 시총 상위 기준으로 유럽 10대 기업 순위에서도 밀려났다. 명품업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제 둔화가 장기화한 데다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명품산업이 지속적으로 위축된 결과다.◇로레알, 2017년 이후 첫 시총 1위
16일 글로벌 금융시장 플랫폼인 LSEG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로레알 시총은 2030억유로(약 320조3705억원)로, LVMH(2010억유로)를 뛰어넘었다. 이날 로레알 주가가 0.78% 하락할 때 LVMH는 2.64% 떨어지면서다. LVMH가 프랑스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로레알 주가는 5% 올랐지만 LVMH 주가는 35% 넘게 하락했다. LVMH는 거듭된 주가 하락으로 네덜란드 ASML을 비롯한 유럽 시총 상위 10대 기업에서 이탈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베르나르 아르노 LVMH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패션업체 자라(ZARA)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창립자에게 유럽 최고 부자 자리도 내줬다.
증권가에선 LVMH의 주가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투자은행(IB) 베렌버그의 닉 앤더슨 애널리스트는 “경제 전망이 어두울 때는 고가의 핸드백과 신발, 드레스보다 소소한 선물을 주고받는다”며 “사람들이 값비싼 사치품을 살 여유는 없고 기분 전환을 위해 립스틱 같은 소소한 사치품을 구매하는 현상이 두 회사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팬데믹 이후 ‘럭셔리 붐’ 꺼져글로벌 명품 시장은 이른바 ‘보복 소비’가 폭발한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동 제한 등 규제로 억눌린 소비 심리가 한꺼번에 분출돼 가장 큰 수혜를 본 게 명품업체였다. LVMH는 2023년 유럽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5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명실상부한 유럽 시총 1위 업체로 부상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촉발한 ‘럭셔리 붐’이 꺼지면서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특히 명품업계 ‘큰손’으로 꼽히는 중국과 중동 지역 소비마저 위축되며 주가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중국 경기는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최근 세금 인상 여파로 명품 소비가 한층 쪼그라들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25개 명품 브랜드의 올해 7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0% 이상 줄었다.
중국에선 ‘궈차오’(애국 소비) 열풍도 고질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 차 브랜드 몰리티와 상표권 분쟁을 벌인 루이비통은 현지 소비자로부터 대대적인 불매 압박을 받고 있다.
매년 6~8% 성장세를 보이던 중동 명품 시장도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정체됐다. 중동 리스크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글로벌 경기 침체 요인이기도 하다. 고가의 명품 가방이나 옷 대신 화장품, 향수, 주얼리 등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를 선호하는 ‘립스틱 효과’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배경이다. 소비의 축이 바뀌고 있는데도 명품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올려 잠재 고객을 잃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은 약 6000만 명이 가격 인상을 이유로 명품 구매를 포기했다고 추산했다.
반면 로레알은 명품부터 립스틱까지 다양한 상품군을 앞세워 이 같은 ‘명품 불황’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레알의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전체 사업부문이 모두 호조를 보였다. 모든 지역에서 실적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과 향수는 가방, 옷에 비해 감당할 만한 정도의 가격대로 여겨지는 제품군”이라며 “빠르게 세분화·다변화하는 소비자 개개인 취향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성수/장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