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8월 무역적자가 1조엔을 넘어서며 한 달 만에 적자폭이 약 4700억엔 확대됐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수입가격이 급등한 데다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입도 늘어난 영향이다. 에너지 수입 확대가 기업의 달러 매수 수요를 키우면서 엔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8월 무역통계 속보치에 따르면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조1056억엔 적자였다. 적자는 4개월 연속 이어졌다. 7월 무역적자 6383억엔과 비교하면 한 달 새 적자폭이 4673억엔 늘었다.
수출액은 10조483억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3% 증가했다. 대중국 전자부품 수출이 늘었고 대미 자동차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수입액은 11조1539억엔으로 28.0% 늘어 수출 증가폭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원유 수입액은 1조1905억엔으로 1년 전보다 58.7% 급증했다. 엔화 기준 원유 수입단가는 1킬로리터당 10만2684엔으로 53.1% 올랐다. 수입량도 1159만킬로리터로 3.6% 증가했다.
중동산 원유 조달 차질을 메우기 위한 대체 수입도 크게 늘었다.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365만킬로리터로 전년 동월의 약 7배로 급증했다. 반면 중동산 원유 수입량은 725만킬로리터로 30.9% 감소했다.
에너지 수입 확대는 외환시장에도 부담 요인이다. 일본 기업들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수입 대금을 결제하려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하기 때문이다. 무역적자가 커질수록 실수요 측 달러 매수·엔 매도 수요가 늘어 엔화 약세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
다만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와 미국의 엔저 견제, 수입기업의 선제적 달러 확보 등이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무역적자 확대와 엔화 약세 압력이 다시 맞물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