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가 노조 자금을 들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최승호 위원장에 대한 선처 탄원 서명 모집을 추진한다. 다른 삼성전자 노조가 같은 사건과 관련해 1만2000건 이상의 엄벌 탄원서를 확보하자 이에 대응해 3만명 규모의 선처 서명을 받겠다는 것이다. 온라인 서명 비용으로는 약 2000만원을 예상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을 대상으로 최 위원장 등에 대한 선처 탄원서 서명을 진행 중이다. 초기업노조는 약 3만명의 서명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전자 서명 업체 비용으로 약 2000만원을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 등은 삼성전자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이른바 '노조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초기업노조는 규약 제14조 '신분 보장' 조항에 근거해 선처 탄원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항은 조합원이 의결 기구의 결정이나 정당한 노조 활동을 수행하다 신분상 또는 재산상 불이익을 받을 경우 신분을 보장하고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중심으로 이뤄진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이하 동행노조)이 같은 사건과 관련해 약 1만5000명 이상의 엄벌 탄원 서명을 확보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도 풀이된다. 동행노조는 임직원들의 부서명과 성명, 사번, 조합 가입 여부 등이 포함된 명단이 사내에서 공유된 것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며 회사 측에도 관련 사건이 발생한 경위와 재발 방지 대책 점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초기업노조 내부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3~4월 삼성전자 노조들의 공동 임금 교섭·쟁의 과정에서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집회용 조끼 등 물품을 발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공동 활동에 참여한 다른 노조들은 해당 업체가 최 위원장의 장인 회사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장인 업체 계약 문제를 제기한 이송이 부위원장과 최 위원장 간 갈등도 불거졌다. 최 위원장은 이 부위원장에게 “근로시간 면제를 빼드릴 테니 광주로 가서 대응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조직 운영 방향을 둘러싼 갈등까지 겹친 상황이다. 노조는 이날부터 가입 대상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근로자로 제한하는 규약 변경안과 DX 부문 소속 이 부위원장, 이원일 광주지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한다. 규약 변경안이 통과되면 초기업노조는 사실상 DS 부문 중심 노조로 재편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