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60년대 소련으로부터 프로그(FROG) 계열 지대지,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면서 미사일 개발에 들어갔다. 1980년대 소련제 스커드 계열 미사일을 들여와 분해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자체 제작 기술을 습득했다. 단거리(사거리 300km) 미사일인 화성-5. 화성-6형을 실전배치했다. 한국의 수도권 일대를 사정권에 뒀다. 한반도 전역과 주일 미군기지 타격이 가능한 능력을 확보한 것은 1990년대 사거리 1300~1500km의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개발하면서다.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이 일본을 넘어가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0대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나섰다. 북한은 2006년 사거리 3500~6000km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핵 고도화와 함께 단·중·장거리 미사일 기술 진전이 급속도로 이뤄졌다. 탄도미사일 다단계 추진체 및 재진입 기술 확보에 주력하면서 미국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북한 미사일 개발에서 분기점은 2016~2017년이다. 김정은의 잇단 핵실험과 ICBM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중거리 미사일(IRBM)인 무수단, 화성-12형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위력을 과시했다. 화성-12형은 액체연료 1단 추진체로 괌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으며 ICBM으로 가는 중간단계다. 2017년 8·9월엔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졌다. 정상 각도 발사 땐 사거리 4500km다.
ICBM 1기로 미국 여러 도시 공격 가능
핵을 탑재해 괌 미군기지와 미국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ICBM 화성-14, 15형 시험 발사도 했다. 2단형 액체 연료 추진체인 화성-14는 최대 사거리 1만km에 달하며 북한이 본격적으로 미국 본토를 겨냥해 만든 것이다. 화성-14형은 2017년 7월 두 차례 고각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1차는 2802km, 2차는 3724km까지 치솟았다가 각기 933km, 998km 떨어진 곳에 낙하했다. 사거리 1만 3000km로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오는 화성-15형은 2017년 말과 2023년 2월 모두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인 화성-17형은 사거리 1만5000km로 북한은 ‘전 지구권 타격 로케트’로 표현했다. 세 차례 시험 발사 모두 성공했다. 한·미 당국은 대형 핵탄두 1기 또는 소형 핵탄두 3~5기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단순 다탄두 재진입체(MRV), 다탄두개별목표설정 재진입체(MIRV) 등 다양한 능력을 유추할 수 있다(권용수 ‘북한의 미사일 위협 평가’).
2023년 2월 공개된 화성-18형은 첫 3단 고체연료 ICBM이고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사거리는 화성-17형과 같은 1만5000km인데 진전된 것은 고체연료 방식이어서 발사 직전까지 탐지 및 요격 대응이 어렵다. 북한은 한 걸음 더 나아가 2024년 화성-19형을 시험발사했다. 고각 발사 때 화성-18형보다 1100km 더 높이 올라갔다. 이는 MIRV 탑재 능력의 향상을 뜻한다. 화성-19형 ICBM 1기로 미국 주요 도시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것이다. 곧바로 쏠 수 있는 고체연료 방식에 더해 다탄두 발사는 요격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북한이 이렇게 이른바 ‘괴물 ICBM’을 잇달아 공개한 것은 본토 위협을 통해 미국이 군축협상에 임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트럼프, ICBM 위협 제거 받고 제재 해제?
미국도 북한의 이런 미사일 위협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해 넷플릭스에 공개된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와 애니 제이콥슨이 쓴 ‘24분’에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발 ICBM 요격에 실패하면서 워싱턴 등 주요 도시가 위협당하거나 초토화된다는 줄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으로부터 ICBM 위협 제거를 약속받고 대북제재를 해제해주는 타협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핵군축을 통해 미국 안전을 확보한다면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잇달아 김정은에게 회담을 제의하고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북한의 ICBM만 위협적인 게 아니다. 기술 수준이 급격하게 진전된 다양한 단거리 신형 전술유도 무기는 한국과 주한 미군기지 위협 수준을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러시아의 위협적인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불리는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인 KN-24, 초대형 방사포인 KN-25 등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북한은 KN-23, KN-24를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보냈다.
2019년 공개된 KN-23은 비행 도중 조종 날개를 사용해 고도 30km 이하에서 수평 활공 비행한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데다 목표 부근에 와선 고각으로 급강하해 탐지와 추격, 요격이 매우 어렵다. 정밀 유도 기능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음을 최근 수년 동안 보여줬다. KN-23도 보통 사용하는 차륜형과 궤도형뿐만 아니라 기차, 잠수함, 저수지 수중 바지선 등을 발사 플랫폼으로 활용해 대응이 어렵다. 개량형은 탄두 무게 2.5톤까지 실을 수 있다. 사거리가 최대 1000km에 달해 유사시 부산을 통해 한반도에 들어오는 연합군 증원 전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북한은 2년 전 탄두 무게 4.5톤에 달하는 초대형 KN-23 계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KN-24는 풀업 기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KN-25는 거의 동시에 5~6발을 쏠 수 있다. 북한은 2024년 3월 KN-25 목표 상공 설정 고도에서 공중 폭발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전자기파(EMP) 핵폭발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군 지휘 체계뿐만 아니라 전국 통신 전자장비 마비를 일으켜 ‘전자 석기시대’로 만들 수 있다. 전술핵을 탑재해 다른 미사일, 방사포와 섞어쏘기 할 경우 대응이 어려워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이런 신형 전술유도 무기 전방 배치를 대폭 늘렸다. 이 밖에도 요격이 어려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다양하다.(⑬회에 계속)
홍영식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전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