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인자’ 설움 완벽히 날렸다…츠베레프, 올 메이저 2관왕

입력 2026-09-14 13:26


10년 넘게 ‘비운의 랭커’로 불리던 세계랭킹 2위 알렉산더 츠베레프(29·독일)가 마침내 ‘만년 2인자’의 꼬리표를 완벽하게 떼어냈다. 지난 6월 프랑스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US오픈까지 제패하며 2026년을 완벽한 자신의 해로 만들고 있다.

츠베레프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플러싱 메도스에서 열린 2026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벤 셸턴(미국·9위)을 3시간33분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1(6-3 7-6<7-2> 5-7 6-2)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으로 츠베레프는 상금 550만달러(약 74억원)를 거머쥐었고, 1989년 보리스 베커 이후 37년 만에 US오픈 남자 단식 정상에 오른 독일 선수가 됐다.

이날 경기에 극도로 몰입한 츠베레프는 재미있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4세트 마지막 챔피언십 포인트에서 셸턴의 공이 라인을 벗어나며 우승이 확정됐으나, 이를 인지하지 못한 츠베레프 다음 서브를 준비하러 이동했다. 관중석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진 뒤에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확인한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2013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츠베레프는 198㎝의 큰 키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힘과 탄탄한 기본기를 겸비해 일찍부터 정상급 선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유독 메이저 대회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생애 처음 메이저 결승에 오른 2020년 US오픈에서는 도미니크 팀(은퇴·오스트리아)에게 먼저 두 세트를 따내고도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2022년 프랑스오픈에서는 라파엘 나달(은퇴·스페인)과의 4강전 도중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끔찍한 부상을 겪었다.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당뇨병과 전 연인과의 법적 공방 등 코트 안팎의 시련도 그를 괴롭혔다.

그가 메이저 대회 우승 갈증을 풀지 못하는 동안, 남자 테니스계는 카를로스 알카라스(23·스페인)와 얀니크 신네르(25·이탈리아)를 양대 산맥으로 한 ‘신(新) 양강 체제’로 재편되는 형국이었다. 지난 2년간 두 선수가 메이저 타이틀을 독식하는 사이, 츠베레프의 입지는 2~3인자로 좁아졌다. 하지만 올해 그가 2개의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거머쥐며 완벽한 반등에 성공했고, 철옹성 같던 ‘양강 체제’를 정면으로 뒤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츠베레프는 지미 코너스(미국·1974년), 기예르모 빌라스(아르헨티나·1977년), 신네르(2024년)에 이어 한 해에 메이저 대회 첫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을 동시에 이룬 역대 4번째 선수가 됐다. 츠베레프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30년 가까이 살면서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지 못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두 번이나 우승했다”며 “올해 거둔 두 차례 우승은 그동안 쏟아온 모든 노력의 결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8강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알카라스를 꺾고 결승에 오르며 ‘다크호스’로 부상한 셸턴은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츠베레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셸턴이 정상에 올랐다면 2003년 앤디 로딕 이후 23년 만에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을 제패한 미국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