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밭 갈 때 김주애는 구찌"…北 청년들 '부글부글'

입력 2026-09-14 07:41
수정 2026-09-14 07:5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세우는 행보가 명확해지면서 북한 청년층의 반감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식 석상에서 보인 김주애의 의상·행동과 북한 주민들의 현실이 큰 괴리를 이뤄서다.

지난 11일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민 류성현씨는 유튜브 채널 '조한범TV'에 출연해 김주애의 공개 활동과 북한 내부 민심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류씨는 "이것은 후계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수준까지 갔다"며 북한에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세우는 분위기라고 했다. 김주애가 김 위원장과 함께 주요 행사에 초기 등장했을 때만 해도 단순한 부녀 동반 행보로 봤지만 최근에는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류씨는 김주애의 특권적 대우가 북한의 선전 논리와 충돌한다고 짚었다.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을 모든 어린이의 아버지로 가르치지만, 아이들이 밭에서 노동할 때 김주애만 선글라스를 끼고 명품을 착용한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해 반발심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류씨는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 '경외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 고맙습니다'라고 배우는데 아버지가 자기 딸만 편애하는 꼴"이라며 "성인이 된 동년배들은 화려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김주애를 보며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정권은 외부 개입이 없는 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씨는 "자유주의 국가들은 정부가 어려워져도 개인은 안 망하지만 북한은 개인을 철저히 짓밟으면서 정권만 건재하도록 설계돼 있다"면서 "외부에서 불씨를 떨구지 않는 이상 북한 체제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갈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북한의 실질적 2인자로 보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김정은을 보좌하는 가족이자 참모일 뿐, 독자적인 권력 기반을 구축하기는 어렵다는 게 류씨의 설명이다. 류씨는 "김여정도 오빠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북한 내부 주민들은 김여정을 2인자로 크게 느끼지 않으며, 김정은을 위해 일을 돕는 정도로 해석한다"라고 했다. 이어 최고지도자의 권력을 위협할 가능성이 생기면 누구라도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주애는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 발사 지도 당시 처음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당시 9세 안팎으로 알려진 김주애는 두꺼운 흰색 패딩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머리를 뒤로 묶었다.

이후 김주애는 고급 가죽 재킷, 모피 외투, 명품 의류 등을 입고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지난해는 가죽 코트 차림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선글라스를 낀 모습으로 공군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수천만원짜리 명품 시계를 차고 있기도 했다. 모두 북한 일반 주민 사이에서는 보기 어려운 옷차림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BBC는 김주애의 옷차림이 어린 후계자 이미지를 성숙하고 강한 지도자상으로 연출하는 동시에 일반 주민과 다른 특권적 지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선전 장치일 수 있다고 봤다. BBC는 김주애가 서구식 고급 의상을 입는 것 자체가 일반 주민과 다른 특별한 지위를 보여주는 차별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국가정보원은 지난 1일 김주애가 사실상 차기 후계자로 내정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위 전체회의 후 발표한 국정원 업무보고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주애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현상에 대해 "북한 주민들에게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사실상 후계 구도가 고착화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