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차량 생산을 시작한 뒤 5년 내 테슬라 등 업계 선두 기업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자율주행 차량이 데이터를 모으면 인공지능(AI)이 이를 학습하고 결과물을 다시 차량에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해 자율주행 기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경기 성남 포티투닷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 데이’를 열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전략 및 향후 로드맵을 공개했다. 박민우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자율주행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며, 그 결과를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보다 빠르게 주행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고 제시한 근거는 생산력이다. 현대차그룹은 190여 개국에서 연간 7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차량이 본격적으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면 경쟁사의 두 배 수준을 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데이터 수집과 AI 학습·검증을 반복하는 ‘데이터 플라이휠’ 개념을 제시했다. 플라이휠은 한 번 돌기 시작하면 관성에 의해 계속 회전하는 바퀴를 뜻한다.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를 다니면서 주행 데이터를 모으면 AI가 이를 학습하고 검증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성능을 높인 AI를 다시 차량에 적용하는 절차를 반복해 자율주행 기술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은 AI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예외 상황을 집중적으로 학습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기술을 기반으로 2028년 상·하반기에 각각 레벨2+,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2+는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 기능과 같은 단계, 2++는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주행하는 ‘핸즈프리’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자체 자율주행 기술 ‘아트리아 AI’가 적용된 차량은 2029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의 기술력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기술 자립을 준비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박 본부장은 “총력을 다하면 더 빨리 아트리아 AI 차량을 개발할 수 있지만, 지금 서두르면 어정쩡한 레벨2++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아트리아 AI를 적용한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차량이 서울 강남과 잠실 등 혼잡 구간을 레벨2++ 수준으로 주행하는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아트리아를 적용한 차량은 혼잡한 강남 출근길과 잠실, 비가 내리는 판교 등을 달렸다. 갓길에 정차한 차량을 스스로 피했고, 옆 차선에서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했다. 비보호 좌회전과 보행자 인식 등 까다로운 도심 상황에도 알아서 대처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