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 '1000원'이면 해결"…아침부터 우르르 몰려든 곳

입력 2026-09-13 18:28
수정 2026-09-13 19:30

지난 10일 오전 8시 서울 안암동 고려대 한투스퀘어 학생회관 식당에는 아침을 먹으려는 학생 수십 명이 모여들었다. 백팩을 멘 학생들은 키오스크에서 1000원을 결제한 뒤 식판을 받아 자리를 잡았다. 노트북을 펼쳐 놓고 과제를 하며 식사하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이날 뚝배기 돈육불고기 460인분과 체더치즈 소시지 밥버거 260개가 팔렸다. 이곳에서 만난 식당 직원 A씨는 “준비한 물량의 90% 이상이 소진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고 말했다.◇“아침 먹으러 학교 일찍 와요”고물가에 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1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천원의 아침밥’을 찾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아침밥을 먹으려고 등교를 서두르는 학생까지 생기면서 일부 대학은 식사 제공량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10개 대학에서 시작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올해 220개 대학에서 540만 인분을 제공하는 규모로 확대됐다. 관련 예산은 2021년 4억4500만원에서 올해 111억2600만원으로 늘었다. 천원의 아침밥은 아침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들이 1000원에 우리 쌀로 만든 아침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학생 부담금 외의 비용은 정부와 대학,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눠 낸다.

천원의 아침밥은 학생들의 일상에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시험기간에는 밤을 새운 뒤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시험장으로 향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지민 고려대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장(국어교육과)은 “시간이 있으면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지만 급하면 포장해서 수업에 들고 가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저렴한 아침 식사는 학생들의 등교 시간과 생활 패턴까지 바꿔놨다.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아침밥 메뉴와 후기를 공유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을 자주 찾는 대학생 최모씨는 “아침밥을 먹으려고 평소보다 학교에 일찍 오다 보니 오전 수업 지각이 줄었다”고 말했다.

천원의 아침밥을 찾는 학생이 늘어난 데는 고물가로 식비 부담이 커진 영향이 많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7.4% 올랐다. 칼국수와 비빔밥 가격도 각각 4.9%, 3.1% 상승했다. 식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한 끼를 1000원에 해결할 수 있는 아침밥의 체감 혜택이 확대된 셈이다.◇제공 물량 늘려…‘동문 기부’ 활용도천원의 아침밥 이용자가 늘면서 대학들은 제공량을 확대하고 있다. 고려대는 올해 1학기에만 천원의 아침밥 14만1262인분을 제공했다. 하루평균 약 1800인분이다. 애초 연간 19만 인분을 제공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이용 학생이 많아지자 2학기를 앞두고 목표를 24만 인분으로 늘렸다.

일부 대학에서는 동문 기부금을 활용해 학생 부담금을 낮추기도 한다. 천원의 아침밥은 5000원짜리 한 끼를 기준으로 정부가 2000원, 학생이 1000원을 부담하고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머지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다. 부산대는 지난해 익명의 동문 부부가 낸 발전기금 2000만원을 활용해 시험기간 천원의 아침밥을 무료 특식으로 제공했다. 기부자는 “대학생활 동안 받은 도움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고 대학에 밝혔다. 이들은 매년 2000만원씩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