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의 성패는 인수 후 관리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딜로이트안진에서 경영 자문을 총괄하는 남상욱 대표(사진)는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수후통합(PMI)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딜로이트안진은 국내 4대 대형 회계법인 중 유일하게 인수 후 5년이라는 장기간 PMI를 자문한 경험을 갖고 있다. 10조 3000억원 규모로 국내 최대 국경 간 거래(크로스보더) M&A인 2020년 SK하이닉스의 미국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서다.
이 회사는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과 인텔의 합작 법인이었기 때문에 지식재산권(IP)과 정보교류, IT시스템 접근의 제한이 컸고, 제품 표준도 달라 최악의 경우 인수 이후 1주일 이상 생산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남 대표는 “미국 중국 브라질 등 16개국 법인에서 구매, 생산, IT, 금융, 인사 등 전 영역을 떼어내 독립시켜야 하는 복잡한 구조의 카브아웃(사업부 매각) 딜이었다”며 “철저한 PMI로 가동중단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딜로이트안진에 따르면 M&A 단계부터 PMI 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인수 후 시너지 목표 달성률이 1.5배 높았다. 그는 “M&A에 성공하고도 PMI에 실패해, 나중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거나 인수 기업을 다시 토해낸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그는 산업 구조가 격변하는 시기인 만큼, 대기업이 과감하게 사업 재편에 나서 좀 더 많은 자원과 인력을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케어 등 미래 성장동력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대표는 “한국은 SK그룹 외엔 사업 재편이 저조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카브아웃 딜 거래가 활발하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 삼성·한화그룹 간 화학·방위산업 ‘빅딜’ 사례를 들며 “한 기업의 비핵심 계열사가 다른 기업에서 주력 사업으로 거듭나, 더 좋은 인력과 투자가 모이고 치열함이 더해지면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중견기업도 M&A를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말까지 기대되는 M&A 분야로는 미용 의료기기를 꼽았다. 그는 “클래시스, 바임, 루트로닉 등 사모펀드(PEF)가 보유한 회사는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송은경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