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브릭스서 탈달러·AI 협력 전면에…다극화 질서 드라이브 [차이나 워치]

입력 2026-09-13 13:28
수정 2026-09-13 14:59

중국이 브릭스(BRICS)를 앞세워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7년 만에 인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현지 통화 결제 확대와 인공지능(AI) 협력, 공급망 연계를 동시에 제안하며 글로벌 사우스(신흥·개발도상국)를 중심으로 한 중국식 다극화 질서 구상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기술 봉쇄에 맞서 브릭스를 경제·기술·안보를 아우르는 대안 협력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중국, 브릭스로 새 질서 짠다 브릭스 회원국들은 12일(현지시간) 중동 지역에서 분쟁을 자제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인 2026 뉴델리 선언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무역과 결제에서 현지 통화 사용을 확대하는 방향도 이어가기로 했다. 국경 간 결제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더 빠르고 저렴하며 투명한 결제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다만 선언문에는 모든 국가에 동일한 방식을 적용할 수 없고 각국의 정책 우선순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AI 협력을 또 하나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렸다. 시 주석은 AI 기반 신형 산업화 구상을 제안하며 연구개발과 산업·공급망 협력을 확대하자고 촉구했다. 중국이 추진하는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에 브릭스 국가들의 참여도 요청했다.

미국이 동맹국 중심으로 AI와 반도체 공급망을 묶는 팍스 실리카를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 역시 글로벌 사우스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AI 협력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디커플링과 공급망 단절은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으며 높은 울타리를 친 작은 뜰은 세계를 분열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에도 반대하며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체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기구 탈퇴와 조약 파기, 별도 배타적 체제 구축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브릭스의 정치·안보 역할 확대도 주문했다. 시 주석은 냉전적 사고와 진영 대결을 거부하고 주권 침해와 내정 간섭에 반대해야 한다며 중동과 걸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중국이 브릭스 국가들과 함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회원국 간 갈등으로 브릭스 내부 결속이 시험받는 상황에서 중국이 경제협력뿐 아니라 국제 분쟁 중재까지 영향력을 넓히려는 모습이다.
브릭스서 커진 중국 목소리
시 주석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선 "양측은 함께 국경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중국과 경쟁 상대가 아닌 파트너가 되고 서로의 발전을 도전이 아닌 기회로 여기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브릭스는 2006년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의 비공식 협의에서 출발해 2009년 공식 출범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등이 합류하면서 현재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과 세계 국내총생산의 약 3분의 1을 포괄한다. 중국은 내년 브릭스 순회의장국을 맡는다.

다만 외연 확대는 중국에 기회인 동시에 부담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회원국마다 외교와 안보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중국은 브릭스를 탈달러 결제와 AI 규범, 공급망 협력, 글로벌 거버넌스 개편을 한데 묶을 수 있는 핵심 무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외교가 한 관계자는 "시 주석이 미국 방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이라 이번 정상회의는 중국이 서방 밖에서 구축한 외교·경제 네트워크의 규모와 결속력을 과시하려는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