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대형마트의 주류 매대가 달라지고 있다. 젊은 소비자가 신제품을 찾아 편의점으로 몰리면서 RTD(Ready To Drink·즉석음용주) 주류의 판매 속도도 채널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하이트진로의 과실탄산주 ‘테라 스파클링 토마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편의점에서는 품절된 점포가 적지 않다. 편의점이 2030세대의 ‘신상 술’ 구매처로 자리 잡은 반면 대형마트는 장보기와 함께 술을 구매하는 가족 단위 소비가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롯데칠성 RTD 2분기 매출 143% 급증12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국내 RTD 주류 시장 규모는 2022년 358억원에서 2023년 673억원, 2024년 1194억원으로 2년 만에 세 배 이상 커졌다. 업계에서는 2027년 시장 규모가 2600억원 안팎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한 업체 중 하나다. 롯데칠성의 올 2분기 RTD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3% 증가했다. 소주 매출 증가율이 1.9%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확연히 다르다. 롯데칠성은 기존 ‘순하리 레몬진’을 ‘순하리 진’으로 재정비하고 유자와 상그리아 등으로 맛을 늘렸다.
순하리 진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17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 162억원을 반년 만에 넘어섰다. 롯데칠성은 올해 순하리 진 매출이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RTD가 단순히 새로운 술 하나가 아니라 판매 채널에 맞춰 소비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은 2030·즉시음용, 마트는 홈술 수요편의점은 RTD 성장의 전초기지가 됐다. 몇 천원짜리 캔 하나를 사서 곧바로 마실 수 있어 신제품을 시험하기 쉽고, SNS에서 화제가 된 제품을 찾아 구매하는 소비도 빠르다. 반대로 대형마트에서는 RTD가 ‘한 캔 체험 상품’에서 홈술용 주류의 한 종류로 자리 잡고 있다. 편의점보다 주류 진열 공간이 넓어 상대적으로 다양한 맛을 진열하기도 쉽다. 편의점이 제한된 냉장고 공간을 판매 속도가 빠른 제품에 집중해야 하는 것과 다른 구조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테라 브랜드를 활용해 토마토·레몬·수박 맛의 과실탄산주를 내놨다. 토마토와 수박은 알코올 도수 4.6도, 레몬은 7도다. 초도 생산 물량 150만 캔은 출시 20일 만에 모두 소진됐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출시 초 다른 국산 RTD보다 판매량이 세 배가량 많았고, 편의점에서는 재고를 찾으려는 소비자가 몰려 관련 앱 검색 상위권에 올랐다. 세 제품 가운데 특히 토마토 맛의 판매 속도가 빨랐다.
이후 추가 생산 물량까지 빠르게 팔렸다. 지난 9일 기준 테라 스파클링은 초도 물량 150만 캔에 이어 약 130만 캔이 추가로 판매돼 누적 판매량이 약 280만 캔에 달했다.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달 들어 일부 편의점에서는 일부 맛의 물류센터 재고가 바닥나 발주가 일시 중단되거나 점포별 주문량이 제한되기도 했다. 소주·맥주 대신 맛·도수로 고르는 술시장주류업계가 이 흐름을 주목하는 이유는 RTD의 성장이 단순히 소주와 맥주 사이에 새로운 주종 하나가 추가됐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데 있다. 소주나 맥주처럼 ‘주종’을 먼저 고르던 소비에서 벗어나 토마토맛, 상그리아맛, 4.6도, 제로슈거처럼 맛과 도수, 음용 상황을 먼저 고르는 소비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전통 주류업체의 경쟁 방식도 바뀌고 있다. 롯데칠성은 순하리를 여러 맛으로 확장하고, 하이트진로는 대표 맥주 브랜드인 테라를 과실탄산주에 붙였다. 새로운 브랜드를 처음부터 키우기보다 이미 알려진 브랜드를 활용해 RTD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비자가 소주냐 맥주냐를 먼저 골랐다면 최근에는 도수와 맛, 마시는 장소에 따라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고객층과 구매 목적이 다른 만큼 RTD 제품도 유통채널에 따라 상품 구성과 판매 전략이 더욱 세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