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으로 가장 먼저 시장 축소를 체감한 분유업계가 역설적으로 ‘아이 낳기 좋은 회사’ 만들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출산 직원에게 자사 분유를 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수백만원의 출산지원금과 난임 시술비를 지급하고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까지 적극 독려하고 있다. 생산공장과 물류, 대리점 영업 등 남성 비중이 높은 현장 조직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분유업계의 기업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아빠 회사’ 분유업계…육아 친화 기업으로 탈바꿈14일 한국경제신문이 매일유업·남양유업·일동후디스 등 주요 분유업체 세 곳의 육아휴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육아휴직 신청·사용 인원은 2022년 90명에서 2023년 93명, 2024년 102명, 지난해 175명으로 늘었다. 3년 만에 94.4% 증가했고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71.6% 급증했다.
변화가 가장 뚜렷한 곳은 남양유업이다. 남양유업 육아휴직 사용자는 2022년 47명에서 2023년 49명, 2024년 57명, 지난해 107명으로 증가했다. 3년 만에 2.3배로 불어났다. 전체 육아휴직 사용률도 2024년 26%에서 지난해 38%로 12%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자는 2022년 23명에서 지난해 75명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분유업체들은 공장 생산과 품질관리, 물류, 대리점 영업 등 현장 직군 비중이 높다. 우유 등 신선 유제품을 함께 취급하는 만큼 생산·물류망을 상시 운영해야 해 사무직 중심 기업보다 유연근무나 장기간 휴직을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육아휴직뿐 아니라 출산 직후의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도 확대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출산 임직원에게 분유 24통을 일괄 지원하고 선택적 시차출퇴근제와 단축근무제를 운영한다. 지난해에는 본사에 임부복을 입고 임산부의 신체적 불편을 체험하는 ‘임산부 체험존’도 마련했다. 일동후디스 역시 출산 가정에 산양분유를 매달 6통씩 지원한다.
셋째까지 낳으면 현금·분유 2600만원
지원 규모에서는 매일유업이 가장 크다. 첫째를 출산하면 현금 400만원과 200만원 상당의 조제분유를 지급하고, 둘째는 현금 600만원과 분유 200만원어치, 셋째는 현금 1000만원과 분유 200만원어치를 지원한다. 한 직원이 세 자녀를 출산하면 현금 2000만원과 분유 600만원 등 총 2600만원 상당을 받는 셈이다. 난임 시술비도 회당 100만원씩 횟수 제한 없이 지원한다.
분유업체가 출산·육아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업종 특유의 절박함도 깔려 있다. 출생아 한 명의 감소가 곧 분유 소비자 한 명의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저출생은 다른 소비재 기업보다 훨씬 직접적인 경영 변수다. 과거에는 출산 가정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직원부터 출산과 육아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쪽으로 기업의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에게 출산·육아 지원은 급여 못지않게 직장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며 “특히 육아 가정이 핵심 고객인 분유업체로서는 직원들이 실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업 이미지와 인재 확보 측면에서 모두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