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비싸도 불티나게 팔리는데"…금은방 줄폐업 하는 이유 [차이나 워치]

입력 2026-09-13 11:30
수정 2026-09-13 12:13


중국의 금 소비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 결혼 예물과 장신구 수요가 시장을 이끌었지만 최근엔 높은 금값과 혼인 감소, 경기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금 장신구 대신 금괴와 금화 같은 투자용 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의 금은방은 잇따라 문을 닫는 반면 안전자산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전체 금 소비가 줄지 않았는데도 장신구 판매만 급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금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금은방은 닫고 투자용 금은 불티
13일 중국 매체들을 종합해보면 허난성 비양현 중심 상권에서 과거 20곳 넘게 영업하던 금은방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폐점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소비자들은 금값 부담이 커지면서 과거처럼 무게가 많이 나가는 장신구를 사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전국 단위 대형 브랜드도 매장 축소에 나섰다. 저우다성은 최근 전국 점포가 순감 기준 473곳 줄었다고 밝혔다. 라오펑샹은 3·4선 도시에서 342개 매장을 닫았고 차이나골드는 올해 상반기에 323개 점포를 줄였다. 저우다푸 역시 2분기 중국 본토 점포가 순감 기준 258곳 감소했다. 특히 가맹점 축소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금은방의 수익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신구 판매량은 줄어드는데 점포는 금 재고를 계속 보유해야 하고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도 부담해야 해서다.



광둥성에서 지방도시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한 전국 보석 브랜드 관계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장식성을 이유로 높은 브랜드 프리미엄을 지불하려는 소비자의 의향이 크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데이터에서도 수요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국의 올 2분기 금 장신구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금협회 집계로도 올 상반기 금 장신구 소비량은 132.1t으로 전년 동기보다 33.88% 급감했다.
中 금 시장, 착용에서 보유로 가장 큰 원인은 높은 금값이다. 금 가격은 2021년 트로이온스당 약 1800달러 수준에서 올해 초 52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4170달러까지 하락한 뒤 최근 약 4400달러 수준으로 반등했다.



가격 자체가 크게 오른 데다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장신구 구매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국 소비자들은 중량이 가벼운 제품이나 기존 금 제품을 새 제품으로 바꾸는 보상판매, 브랜드 프리미엄이 낮은 상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혼인 감소도 금 장신구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민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혼인신고는 327만5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6% 감소했다.

중국에서 금 장신구는 전통적으로 결혼 예물 수요가 큰 품목이다. 하지만 경기 부진과 높은 생활비, 고용 불확실성 때문에 젊은 층이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면서 장기적인 수요 기반까지 약해지고 있다. 세계금협회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혼인과 출산 감소가 중국 금 장신구 시장에 구조적인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우다푸·라오펑샹도 매장 축소 반대로 투자용 금 시장은 커지고 있다. 중국금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괴와 금화 수요는 339.3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금 소비는 1.23% 늘었다.



금을 덜 사는 것이 아니라 착용하는 금에서 보유하는 금으로 소비 목적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중산층의 자산 방어 심리도 이런 흐름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과 중국 주식뿐 아니라 달러, 미 국채, 원자재 가격까지 동시에 크게 출렁이면서 자금을 둘 안전한 곳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만 금 역시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자들의 경계심은 여전하다.

업계에선 중국 금 시장의 변화가 소비 둔화와 인구 구조, 자산시장 불안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혼인과 출산 감소가 이어지는 한 예물 중심의 금 장신구 시장이 과거 규모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대신 금괴·금화처럼 환금성이 높고 브랜드 프리미엄이 낮은 투자 상품이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