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260억도 못 막았다…의사까지 투잡 뛰는 '대리모 공장' [차이나 워치]

입력 2026-09-12 11:30
수정 2026-09-12 11:47


중국에서 불법 대리모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10년 넘게 대리모와 불법 보조생식 시술을 강하게 단속하고 있지만 관련 조직은 폐쇄된 뒤 다시 문을 열거나 실험실·알선업체 형태로 더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다.

출산이 어려운 부부 등을 중심으로 대리모 수요가 꾸준한 데다 현행 법체계가 대리모 자체를 독립적인 범죄로 직접 처벌하기보다 불법 의료행위·인신매매·사기 등 기존 법 조항을 조합해 적용하는 구조라는 점도 지하 시장이 반복적으로 살아나는 배경으로 꼽힌다.
창사·우한서 잇따라 적발 12일 중국 매체들을 종합해보면 중국 중부 후난성 창사와 후베이성 우한에서 최근 불법 대리모 관련 혐의를 받는 실험실 두 곳이 연이어 적발됐다.

창사시 보건당국은 최근 보조생식기술을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실험실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6명을 구금했다. 직전엔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도 불법 실험실 한 곳을 폐쇄하고 8명을 구금했다. 경찰은 관련 불법행위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두 사건은 인신매매 반대 활동가이자 내부고발자인 상관정이의 제보로 드러났다. 그는 8개월간 잠입 조사한 결과 창사의 해당 실험실이 대리모 알선업체에 의해 운영됐으며 오전 11시께부터 시술을 시작하고 차량과 직원들이 주변을 돌며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우한의 실험실에는 수술실과 배아 배양기까지 설치돼 있었고 후베이성 부녀보건원 소속 의사가 수술에 참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이 업체는 이전에도 당국에 신고됐지만 며칠간 영업을 중단한 뒤 다시 운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대리모 시장의 '풍선효과' 중국은 제도적으로 대리모를 허용하지 않는다. 현행 의료 규정에 따르면 보조생식기술은 허가받은 의료기관이 불임 기혼부부를 대상으로 의료 목적으로만 시행할 수 있다.

의료기관이 이를 대리모에 활용하면 행정처분이나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도 2021년 합법적 대리모 허용 제안에 대해 여성의 건강권과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여성을 물화하며 인신매매와 가족·사회적 윤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런데도 관련 사건이 잇따르면서 단속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리모 자체를 직접 규율하는 독립적 형사범죄 조항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실제 수사기관은 대리모 산업 사슬을 쪼개 불법 의료행위, 여성·아동 유괴 및 인신매매, 국가 발급 증명서 매매, 유기, 개인정보 침해, 사기 등 개별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대리모 행위 자체보다 주변 불법행위를 처벌하는 방식이어서 조직이 형태를 바꿔 재등장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단속이 강해질수록 시장은 더 지하화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도 창사에서 불법 대리모 알선업체 두 곳이 잠입 취재로 적발됐다. 당시 하루 10명이 넘는 여성들이 차량으로 이동해 시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고, 현지 당국은 업체들에 1억3000만위안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고 관련 의료진의 자격을 정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창사에서 유사한 사례가 적발되면서 고액 벌금과 자격정지 만으로는 시장을 없애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불법 의료 넘어 사회 문제까지 전문가들은 지하 시장을 떠받치는 것은 결국 수요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중국 가임 인구의 약 7~10%가 불임 관련 문제를 겪고 있다.

문제는 대리모가 단순한 불법 의료행위를 넘어 아동의 법적 지위와 여성의 신체권, 인신매매 위험까지 연결된다는 데 있다.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의 호적 등록과 교육·사회복지 접근 문제도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금지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수요가 사라지지 않고 규제 체계가 산업 사슬 전체를 직접 겨냥하지 못한다면 지하 시장은 단속을 피해 형태만 바꿔 존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중국의 대리모 문제가 단속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