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끊긴 LIV 골프 파산… "PGA 아성 깨기에는 한계"

입력 2026-09-10 17:51
수정 2026-09-11 09:08
4년 간 50억달러(약 6조6890억원)가 넘는 거금을 투입했다. 스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고 새로운 경기 방식으로 전통적인 골프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4년의 실험이 남긴 것은 파산 보호 신청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자금력을 앞세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아성에 도전했던 LIV골프의 이야기다.

LIV 골프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파산법원에 연방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부채는 5억~10억달러, 자산은 1억~5억달러로 추산된다. 지난 5월 핵심 자금줄인 PIF가 LIV골프에 대한 투자를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끝내겠다고 발표한지 고작 넉 달 만이다.

LIV골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비전2030’의 일환으로 2022년 출범했다. 대회마다 2500만달러(약 334억원)의 상금을 걸었고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욘 람(스페인) 등 스타들을 영입하는데 10억달러(약 1조3385억원)를 썼다.

하지만 PGA의 벽은 높고 단단했다. PGA투어는 대회 상금을 높이고, 다양한 보상 프로그램으로 선수 이탈을 막았다. 경기당 72홀이 아니라 54홀 경기라는 이유로 세계랭킹 포인트(OWGR)를 얻을 수 있는 길까지 막아버렸다.

LIV골프 자체의 매력도 크지 않았다. 18개 모든 홀에서 선수들이 일시에 경기를 시작하는 샷건 방식은 포뮬러원(F1) 스포츠 중계와 같은 속도감을 선사했지만 중요한 것을 놓쳤다. 선수들의 멋진 스윙, 코스 공략 등 골프 본연의 즐거움을 희석시켰다. 커트탈락이 없다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좋았지만 그 만큼 경기의 긴장감도 줄여놨다.

LIV골프는 이번 파산 보호신청을 통해 기존 채무를 정리한 뒤 투어 시스템을 정비해 ‘LIV 2.0’으로 재출범하겠다는 계획이다. 선수들의 책임과 권한을 늘리는 내용이다. 하지만 스타 플레이어들이 잔류할지는 불투명하다. 파산 신청 서류에 따르면 람은 747만달러(약 100억원), 디섐보 576만달러(77억원), 존슨은 548만달러(73억원)를 받지 못했다. 람은 최근 “나는 ‘LIV 1.0’과 아직 계약이 남아 있고 이를 이행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계약하고 이행 의무가 있는 것은 기존의 LIV골프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LIV 골프 4년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영국 파이낸셜파임스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스포츠워싱’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시작했던 LIV골프는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면서도 “기존 시스템의 구조적 공백이나 시장 실패를 찾아내지 못하면 새로운 판을 짜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배우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