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오는 16일 전면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면 운전기사 연봉이 최대 8509만원으로 오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6870만원에서 1639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연봉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709만원에 달한다. 버스회사의 운송 적자를 서울시가 재정으로 메우는 준공영제에서 인건비가 증가하면 시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최고 호봉 연봉 1639만원 증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노조가 1조원대 통상임금 소송에 더해 올해 5000억원대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은 노조의 올해 요구안을 모두 반영하면 해마다 5394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통상임금 소송 청구액 1조214억원은 포함하지 않았다.
가장 큰 비용 증가는 통상임금 계산 방식 변경에서 발생한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근로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 임금이다. 노조는 정기상여금 등을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할 때 월 기준시간을 176시간으로 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맞서 사측은 209시간을 제시했다. 기준시간이 적을수록 시간당 임금과 수당이 늘어나기 때문에 노조는 최대한 줄여서, 사측은 최대한 늘려서 정하려고 한다.
조합은 상여금과 명절수당에 176시간을 적용하면 연간 2776억원, 시급을 7.85% 올리면 1175억원이 더 든다고 추산했다. 두 항목만 총 3951억원이다. 여기에 야간근로시간 추가 인정, 개근수당 개편, 정비·사무관리직 임금 조정에 고용 보장과 장비 설치 등 다른 요구까지 합치면 총 5394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스기사 처우는 그동안 꾸준히 개선됐다. 조합에 따르면 월평균 인건비는 준공영제를 도입한 2004년 247만원에서 2024년 515만원으로 늘었다. 정년 또한 올해 7월 64세로 연장됐다. 내년 7월에는 65세가 된다. 정년 후에도 회사별로 계약직 취업이 가능하다. 조합은 노조 요구를 반영할 경우 근속 22년 이상에게 적용하는 최고 9호봉 연봉이 기존 6870만원에서 8509만원 이상으로 오른다고 밝혔다.◇노조 “고액 연봉은 사실 왜곡”사측이 통상임금 변경에 따른 임금 인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조합은 지난달 28일 9차 교섭에서 월 기준시간을 209시간으로 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임금을 10.32% 올리겠다고 제안했다. 부산 대구 인천 울산도 지난해 같은 기준으로 개편해 임금 총액이 9.7~10.5% 올랐다고 전했다.
조합은 우선 209시간에 합의한 뒤 법원이 176시간을 확정하면 차액을 소급 지급하겠다고 했다. 반대로 하루 9시간 근무를 반영한 230시간이 인정되면 초과 지급분을 반환 정산하자는 조건도 달았다. 230시간은 과거 비슷한 사건에서 부산고등법원 등이 인정한 기준시간이다.
노조는 미지급 통상임금을 새로운 임금 인상 요구로 보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4월 동아운수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와 176시간 기준이 이미 확정됐다는 것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도 이날 성명에서 연봉 총액에는 야간·연장·휴일근로의 대가가 누적돼 있어서 이를 ‘고액 연봉’으로 부각하는 것은 노동 강도를 외면한 왜곡이라며 사측 주장을 반박했다. 연맹은 서울시와 사측에 176시간 기준 수용을 요구하며 서울 버스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노사는 1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회의를 연다. 합의하지 못하면 16일 첫차부터 파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