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구리…18년 만에 원자재 슈퍼랠리

입력 2026-09-10 17:50
수정 2026-09-11 02:10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섯 번째 ‘슈퍼랠리’에 접어들었다. 원유, 금속,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전반이 1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다.

10일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FTSE 원자재 CRB지수’가 전날 423.11까지 올랐다. 올초(297.82) 대비 42.0% 급등한 수치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1957년 이 지수가 만들어진 이후 1년 안에 30% 이상 상승률을 나타낸 대형 랠리는 여섯 차례 있었다. 1972년 옛 소련의 대규모 곡물 매입과 1979년 이란 혁명 때 등이다. 2002년에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세계적인 수요 확대가 랠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 랠리는 구조부터 다르다. 중동 정세부터 미국의 관세 정책,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까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호르무즈해협은 사실상 봉쇄됐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공격이 재개되자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세계적인 AI 투자 증가도 배경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구리는 수요 증가로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전날 선물 기준 t당 1만4767.5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알루미늄 등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선매입 움직임이 나타나며 급등했다.

원자재 랠리는 세계 물가 흐름을 바꾸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인플레이션 전망을 4월 4.4%에서 7월 4.7%로 높여 잡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원자재값 상승은 주요국 통화정책을 어렵게 한다”며 “자원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김주완/오세성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