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거센 사퇴 압박에도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용 후보자는 10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반박하며 장관 후보자와 의원직 모두 내려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를 둘러싼 공분이 커지자 여권 내부에서도 비관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정 청탁 의혹이 짙어지는 상황이어서 민심 이반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용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40여 분간 연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에 인사청문회를 조속히 개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가장 큰 쟁점인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와 관련해 “국회의원·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라며 “국고보조금 때문에 의원직을 유지한다는 마타도어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용 후보자 배우자인 박기홍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의 급여 수령 등 ‘가족 정당’ 논란에 관해선 “절차적 하자가 없고 당직자와 상의한 내용”이라고 일축했고, ‘유령 시·도당’ 의혹에는 “유일한 상근자 자택을 사무소 주소로 둔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장관 적격성 논란의 핵심인 ‘언더조직’ 문제에는 몸을 낮췄다. 용 후보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이른바 언더조직에 참여한 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성평등 모임을 운영하는 등 조직 문화 쇄신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용 후보자가 당내 성차별 문제를 묵인·방조했다는 의혹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그와 사회활동을 함께한 인사는 “언더조직에서 성차별을 옹호한 인사들과 함께 기본소득당을 창당했고 재단법인 바람을 통해 여전히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며 “성평등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치명적인 결격 사유”라고 지적했다.
용 후보자의 이날 회견은 여권 안팎의 공분을 자극하는 역풍을 낳고 있다. 여선웅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SNS에 “용 후보자는 국민과 대통령, 민주당에 대한 도리도 예의도 염치도 없다”며 “기자회견을 보니 지명 철회도 아깝다”고 직격했다. 용 후보자의 반박이 정국을 수습하기는커녕 여권 지지층과 당내 인내심을 한계에 다다르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정 평가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전국지표조사(9월 7~9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전화면접,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2주 전) 대비 7%포인트 하락한 43%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48%였다. 특히 용 후보자 지명에 관한 부정 평가는 63%로 긍정 평가(17%)를 압도했다. 함께 지명된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 평가(47%) 역시 긍정 평가(24%)의 두 배에 달했다.
여권 내부에선 청문회를 거치는 것 자체가 정권 전체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면서도 전략적 활용을 고심하는 복잡한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용 후보자는 임명까지 가기 어렵더라도 청문회에 서서 본인이 직접 설명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민심이 좋지 않아 정권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슬기/최형창/하지은 기자 surugi@hankyung.com